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3일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여러분 모두 대통령이 돼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취지다.

김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직원 300여 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조회를 열었다. 대통령실 전(全) 직원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지난달 말부터 대대적으로 이뤄진 인적 개편을 마무리하고 추석 직후 ‘2기 대통령실’을 새로 시작하면서 내부 기강을 다잡는 차원의 자리로 해석됐다.

김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근무가 다섯 번째인데, 이렇게 여건이 나쁜 적이 없었다”며 경제 위기와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라며 “어디서 ‘짱돌’이 날아올지 모르니 항상 철저히 리스크를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또 “여기 어공(어쩌다 공무원)도 있고 늘공(늘 공무원)도 있는데, 각자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며 “국정 운영에 사명감을 갖고 임해달라”고 했다.

김 실장은 추석 전 마무리한 1차 ‘인적 쇄신’에선 내부 정보를 유출해 적발되거나 업무 역량이 부족한 일부 직원이 쇄신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기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며 보안에 신경 써 달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당시 대통령실을 개편하며 ‘기회는 드릴 수 있지만, 보장은 해줄 수 없다’고 한 발언을 재차 인용했다.

김 실장은 취임 후 지난 넉 달에 대해 “꼭 4년 같았다”고 토로하면서도, 직원들에겐 “위축되지 말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40여 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조회에서 김 실장이 ‘대한민국’을 선창하고, 직원들이 ‘파이팅’으로 화답하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모두 대통령이 돼라’ 발언과 관련해 “(대선 당시) ‘내가 대통령이다’ ‘내가 윤석열이다’ 캠페인을 하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다음에는 대통령도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대통령과 사진 찍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