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박민영(30) 국민의힘 대변인이 용산 대통령실 청년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획한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프로그램 ‘나는 국대다’ 출신으로 정치권에서는 ‘친이준석계’로 분류된다. 20대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청년보좌역을 맡아 청년층을 겨냥한 윤 대통령의 공약 영상 ‘59초 쇼츠’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조선일보 DB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 대변인이 된 그는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는 발언엔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의 대답은 민주당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없다”고 했고, ‘내부 총질 문자’ 사태 때는 “이 대표의 투쟁, 그 과정에 많은 부침이 있었던 게 사실이나 그것이 ‘내부 총질’이라는 단순한 말로 퉁칠 수 있는 것이었나”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을 공개 비판해 온 당 대변인이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임명되자 일각에서는 ‘입막음용 인사’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대변인은 11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그럴 리가 있나. 대통령실도 제가 필요해 발탁한 것. 그곳에서 제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민영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합류해달라는 연락은 언제 받았나.

“지난 주말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연락을 받고, 8일 월요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과 만났다. 지금 대통령실에 정책 홍보할 사람이 필요한데, 청년보좌역 때 제 모습을 본 분들이 대통령실에 저를 추천했다고 들었다. 윤 대통령께서도 제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하더라”

-수락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

“윤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저를 불편해한다는 기사들이 있었다. 그 기사들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초로 쓴소리를 한 청년을 끌어안겠다는 의지가 크게 와닿았다”

-이준석 대표와 상의는 했나.

“아니. 이 대표와 연락 안 한다. 아니 서로 안 한다. 자기가 뭘 할 건지 아무 것도 이야기 안 해준다. 솔직히 말해서 서운하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박 대변인을 ‘배신자’라고 비판하자,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박 대변인에게 충성 요구한 적 없으니 충성을 받은 적 없다’며 배신자가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의 덕담이라 생각한다. 이 대표와 나는 성향이 다르다. 이 대표는 늘 무한 자유 무한 책임을 강조해왔다. 저도 무한 자유는 공감하지만, 이 대표와 다른 점은 질서와 체계를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주변 반응은.

“다들 축하해 주고 있다. 아, 대통령실 안에서도 이런 인사는 전례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빠르게 컨펌이 난 적 없다고 하더라”

-’쓴소리 막음용’ 인사라는 말도 있다.

“그럴 리가 있나. 국민들은 모르시겠지만, 대선 때 저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에서 쓴소리를 많이 했다. 그걸 기억한 분들이 제가 대통령실에 필요하다는 걸 아시고 추천해 주신 거다. 저 역시 대통령실에서 정책 홍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응답한 것이다”

-앞으로의 포부는.

“저는 대통령의 성공이 국가와 국민이 잘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당도 마찬가지고. 이제 당 대변인이 아니라 대통령 가까운 곳에서 조언을 드리고 정부와 당이 변화해 나갈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