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지난해 말 옛 여자친구와 성관계 도중 상대의 허락 없이 사진을 찍는 등의 행적이 폭로되자 사과문을 남기고 물러났던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9급 비서관이 8급 비서관으로 급수를 올려 복직했다.

21일 조선닷컴 취재 결과, 유 의원은 최근 8급 비서관으로 A씨를 다시 불러 들였다. 9급으로 유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12월1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전 여자친구 B씨와) 관계 도중 명시적 동의 없이 사진 촬영 등의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물어봐도 침묵한 것을 멋대로 동의라 간주했고, 연인 사이에 젠더 권력의 위계가 작동한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반성합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린 뒤 그만 둔 사람이다.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이다.

A씨 사과에 하루 앞서 여자친구 B씨는 소셜 미디어에 “A씨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아래와 같은 일을 지속적으로 행했습니다”라는 제목의 폭로 글을 올렸다. B씨는 이 글에 “(A씨는 제가) 불법촬영 및 유포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성관계 중 촬영을 요구, (제가) 대답하지 못하자 재차 동의를 요구해 촬영(했다)”며 “사전동의 없이 성관계 중 갑작스럽게 타인과 전화를 연결해 통화를 요구하고 (성관계 상황을) 중계(했다)”고 적었다. 또 “트위터 공개계정에 저와 성관계한 내용을 허락없이 구체적으로 업로드(했다)”고 적은 바 있다.

당시 A씨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사과문은 내가 올린 게 맞는다”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어 “(성관계 촬영과 전화 통화는) 관계 도중 해도 되냐고 물었는데 B씨가 대답을 하지 않아 ‘싫으면 말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해서 동의라고 생각하고 한 일이다. 나중에 사과하고 사진을 지웠다”며 “트위터에 성관계 내용을 적은 건 익명 계정이었고, 상대도 특정하지 않았다. ‘어떤 느낌이었다’는 식으로 한 줄로 가볍게 올린 거였는데 B씨가 제 휴대전화를 보다가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한 뒤 그만뒀다. 작년 말의 일이었다.

조선닷컴은 A씨를 반년만에 복직시킨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유기홍 의원에게 휴대전화와 사무실 전화로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의원실 관계자가 “A씨에게 민형사상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피해자 요구대로 대면 사과도 하고 공개 사과도 한 뒤 각서까지 작성한 바 있다”며 “시간이 흐르고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채용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승진에 대해서는 “8급 직원이 그만둬 공석이 생긴 상태라 그렇게 진행한 것이지 승진을 시켜주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A씨가 올린 사과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상태에서의 복직은 무제한적 제 식구 감싸주기에 불과하며,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