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상임고문단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문희상·권노갑 상임고문, 우 위원장, 김원기·박병석·이용득·이용희 상임고문.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16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은 상징적으로 책임을 안 질 수 없다”고 했다. 문 전 의장은 이날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누군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1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말로 선거 패배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함은 물론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친명(親明·친이재명)계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 의원이 당권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 안팎에서 반명(反明) 움직임이 응축되는 모양새다.

문 전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선거에서 연달아 3연패를 했는데 책임 문제를 규명하고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민주 정당의 기본”이라며 “당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후보로 나간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당 고문급 인사가 공식 회의 석상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의장은 친명·친문(親文) 갈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문제는 남 탓으로, 남 탓하면서 싸우는 ‘자중지란’이 제일 무섭다”며 “난파선에서 선장이 되려고 싸우다 가라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상임고문들은 최근 불거진 계파 갈등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을 못 한 근본적 원인이 계파 정치에서 비롯된 분열과 갈등”이라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얻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용득 상임고문도 “우리는 잘했고, 너는 잘못했다고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그동안 민주당은 스스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상대의 잘못으로 지지를 얻는 반사체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재명 의원도 당 상임고문이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내 계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친문계는 초·재선 의원들이 최근 진행한 선거 평가 간담회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공개 거론되는 등 ‘반명 전선’이 두꺼워졌다고 보고 이 의원의 전대 불출마를 촉구하는 내용의 연판장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친문계뿐 아니라 중립 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의원 전대 출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다”며 “최악의 경우 이 의원 불출마 촉구 연판장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다만 연판장 카드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들과 동참하지 않은 의원들의 계파 구분이 명확해져 계파 갈등 전선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이 의원이 전대에서 승리하면 연판장 서명이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반이재명’ 목소리가 커질수록 친명계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친명계 핵심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이재명이 아니면 누가 당을 혁신할 수 있겠나”라며 “지금까진 대응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말도 많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을 맡은 안규백 의원은 친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전대 룰 변경 주장에 대해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낮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임의적으로 대의원 투표 비중을 대폭 줄이거나 늘리거나 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 비율로 당대표를 뽑고 있다. 친명계는 당헌·당규를 개정해 권리당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대신 대의원 비율을 줄이자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