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김건희 여사가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90분간 환담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는 1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만났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 단독으로 공개 일정을 가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로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KTX를 이용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검은색 정장·구두 차림에 흰색 장갑을 낀 그를 주민 등 200여 명이 박수를 치며 맞았다. 김 여사는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호연 권양숙 여사 비서실장 등의 안내를 받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이어 권 여사 사저로 이동해 약 90분 동안 차담을 가졌다. 권 여사는 사저 현관 미닫이 문 앞에서 김 여사를 웃으며 맞이했고, 김 여사는 허리 숙여 인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는 환담에서 “노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윤 대통령에게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을 보며 같이 눈물을 흘린 기억도 얘기했다. 권 여사는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했다. 또 김 여사에게는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했다. 김 여사는 준비한 빵을 전달했고, 권 여사는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책 4권을 선물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을 둘러본 뒤 기념품을 구매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앞서 김 여사는 이날 공개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는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동물 학대와 유기견 방치, 개 식용 문제 등에 있어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 부인이 찬반 논란이 있는 정책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건희(왼쪽) 여사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이어 권 여사 사저로 이동해 약 90분 동안 차담을 가졌다. /대통령실

김 여사는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과 12일 영화계 인사 초청 만찬 등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고, 지난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윤옥 여사를 비공개로 예방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인 이달 말 나토(NATO) 정상회의에 동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던 대선 전이나 취임 직후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최근 김 여사의 행보가 본인이 말한 조용한 내조의 범주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직 대통령 부인께 인사드리고 한번 이야기 듣겠다는 것이 조용한 내조 같다”고 했다.

전날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모습을 담은 사진 중 미공개분 일부가 팬클럽인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배우자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가 되면 참 좋지 않을까”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 많은 사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