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이십 몇 년을 수감 생활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과거 전례에 비춰서라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던 데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이십몇 년간 수감생활 하게 하는 것은 과거의 전례에 비춰 안 맞지 않나"라며 오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뉴스1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선 다른 여야 정치권 인사와 재계 인사들에 대한 8·15 사면복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른바 ‘8·15 대통합 사면론’이다. 전(前) 정권 때 기소된 뒤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거나 가석방 또는 만기 출소 후에도 피선거권 등 권리 행사가 제한된 정·재계 인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 중에선 지난 3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최경환 전 의원과 지난 5월 가석방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이 사면복권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 전 의원과 남·이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하다가 가석방됐다. 이들 외에도 문재인 정권 시절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로 기소된 뒤 형이 확정됐거나 정치 보복 수사 논란이 제기된 과거 정권 출신 인사도 다수 있다. 야권 인사 중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현재 수감 중이다. 김 전 지사는 내년 5월 만기 출소해도 이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나 신 회장은 석방된 상태지만 사면복권이 되지 않아 해외 출입국이나 외국 기업과의 계약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사면권을 경제 살리기와 민생 사범 구제 차원에서 행사해온 전례를 참고해 기업인에 대한 사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8·15 대통합 사면론’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선 “임기 초반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결단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 사면을 바라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 등에 대해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남아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면이 곤란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사면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잘 알고 있고 법과 형평성, 국민 여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사면의 폭을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