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가운데, 민주당 운동권 주류와 거리가 있는 비운동권, 중도, 고스펙 후보들이 생환했다. 야권 관계자들은 5일 “민주당이 변하려면 사람과 노선부터 바꾸라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당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2년 뒤 총선, 5년 뒤 대선도 밝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8월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두 달간 당 혁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민주당 입당 석 달 만에 민주당 내 유일한 수도권 광역단체장이 됐다. 정치권에선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의 김 당선인이 경제 전문가였기 때문에 이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 당선인은 최근까지만 해도 민주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발탁됐지만 이후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겪었고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보수에서 먼저 ‘러브콜’을 받았다. 3월 대선 직전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으나 이 후보와 정치적 동지 관계는 아니다. 민주당 정대철 고문은 “김 당선인은 민주당스럽지 않은 인사”라며 “이재명 후보와 향후 대선 주자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관영 전북지사 당선인의 당선을 두고도 “민주당의 변화”란 말이 나온다. 김 당선인은 민주당 간판으로 2012년 전북 군산에서 초선 국회의원이 됐지만, 이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에 입당해 재선 배지를 달았다. 이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고 2020년 총선에선 낙선했다.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합격한 김 당선인은 정치를 하기 전 로펌인 김앤장 등에서 일한 이력 등으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런 김 당선인이 이번 대선 직전 민주당에 복당한 뒤, 현역 전북지사를 꺾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것이다. 김 당선인 측은 “김 당선인은 민주당 국회의원 시절에도 운동권, 친노와 각을 세웠던 온건파 비주류였다”며 “전북 당원들이 김 당선인을 다시 선택한 것은 혁신을 이끌라는 뜻”이라고 했다.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48세 김한규 의원도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엄친아’ 스펙을 가졌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김앤장(2005~2021년)에서 근무하며 하버드 로스쿨 석사를 수료했다. 김 의원은 특정 인사 라인을 타고 정치 입문하는 기존 룰을 깨고 스스로 정치를 하고자 2018년 온라인으로 입당했다. 강남에 살아 2020년 총선 때 강남병에 전략 공천됐으나 낙선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발탁됐다.

이에 반해 이번 선거에서 운동권, 친노, 친문 등의 정치색을 가진 인사들은 고배를 마셨다. 송영길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노영민 충북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등으로, 이들은 특정 계파에 소속돼 20~30년간 정치 활동을 해온 인사들이다. 오랜 시간 당의 주류였던 강기정 당선인을 시장으로 선택한 광주(光州) 투표율이 37.7%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2030이 약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이 민주당 컬러가 없는 정치인을 좋아한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민주당이 가고 있는 거친 강경파의 길은 진짜 진보도 아니다. 민주당이 다음 총선까지 치열하게 혁신하지 않는다면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패배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