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신 추경호 총리대행… 시정연설 듣는 국무위원들 -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위원들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의 첫 시정 연설을 듣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이루어지지 않아 추경호(사진 맨 앞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권한대행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시정 연설을 위해 찾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요청했다. 새 정부 출범 뒤 일주일째 공석인 총리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 연설에 앞서 약 23분 동안 박병석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사전 환담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꼭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윤 대통령이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협치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미리부터 이분이 총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낮은 자세로 국회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었다”고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본인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총리를 정한 게 아니고 이미 그 전부터 딱 한 사람밖에 생각을 안 했었다고 했다”며 “여야 협치를 가장 잘 해낼 총리감이 한 후보자라고 생각해 ‘협치 카드’로 한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 후보자를 새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한 가장 큰 이유가 민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사전 환담 자리에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지만 윤 대통령의 요청에 특별히 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는 전했다.

여야는 한 후보자 인준으로 경색된 국면을 타개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대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 발목 잡기’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1호 안건으로 총리 인준안을 국회로 보냈는데 일주일 지나도록 본회의 일정을 잡겠다는 이야기 자체가 전혀 없다”며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한 후보자 인준과, 정호영(보건복지부)·한동훈(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맞바꿀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권 원내대표는 “누구를 임명하기 위해 누구를 희생해야 한다는 건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며 “가결이든 부결이든 총리 인준안을 먼저 처리하는 게 순서상 맞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부적격 총리·장관 다 받아달라는 건 생떼”라는 입장이다. 윤호중 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국무위원 후보들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즉각 정리하라”고, 박지현 위원장도 “협치를 원한다면 수준 이하 양심 불량 장관 후보자와 비서관들 먼저 정리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환담 말미에서도 “인사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국회 167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리 인준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회의 일정은 국민의힘이 총리 인준 찬성을 전제로 해서 열자고 우기기 때문에 일정을 못 잡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총리 인준을 원한다면 민주당이 찬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영 후보자 정도를 지명을 철회해야 한 총리 인준에 협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정호영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이든 다른 방법이든 빠른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과거 성비위 징계 처분 등으로 논란이 된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윤 비서관이 시인으로 20년 전 썼던 표현은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국민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면서도 “국민들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