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용산 집무실에 입주해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21일부터 이달 말쯤까지 국방부 본관(신청사) 부서 등 관련 부서들의 연쇄 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국방부 본관은 10개층으로 1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청와대는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실, 민관 합동위원회 용도로 10개층을 모두 사용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리모델링에 1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본관은 일반 아파트처럼 사다리차를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엘리베이터(4대)를 통해 이사를 진행해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문 이사 업체는 20일가량 24시간 풀가동해야 본관의 짐을 다 뺄 수 있다는 견적을 냈다”고 전했다.

/사진=김지호 기자, 그래픽=이철원

국방부 장·차관실과 정책실, 기획조정실 등 핵심 부서는 합참 청사 4개층을 비워 옮겨갈 계획이다. 10여 년 전 지어진 합참 청사는 10층 건물이다. 원래 이 중 2개층 정도를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뒤 미래연합사령부가 쓸 예정이었다. 현재는 합참이 10개층 전체를 비교적 여유 있게 사용 중이고, 4개층에 국방부 핵심 부서가 옮겨오는 것이다. 대신 합참 일부 부서는 국방부 시설본부로 옮겨갈 예정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경호실이 시설본부로 옮겨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합참 일부 부서는 국방부 구청사 등 다른 건물에 분산돼야 한다. 국방부 시설본부는 경기도 고양 옛 30사단 본부의 빈 건물로 임시 이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구 30사단 부지는 창릉신도시 개발지구에 포함돼 있어 국방시설본부는 향후 대안을 물색해야 할 전망이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합참을 장기적으로 남태령의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쪽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합참 전체가 수방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참 청사는 연합사와의 협조를 고려해 용산에 자리 잡았지만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전쟁지휘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되면 합참은 평시와 전시가 일원화된 작전 지휘 체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남태령 수방사 지역에는 ‘문서고’로 불리는 지하 벙커가 있는데 평소에는 사용되지 않고 범정부 및 한·미 연합훈련 때 활용된다. 합참이 수방사로 옮겨가려면 수백 명의 합참 요원들이 평상시 지하 벙커에서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형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국방부는 현재 용산 영내에 있는 직할부대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따로 떼어내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군사이버사령부, 국방조사본부, 근무지원단 등 직할부대 상당수를 수방사나 정부과천청사 등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들어오게 되면 국방부·합참 쪽과 대통령실 간 울타리를 설치해 공간이 분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예상되고 있고, 다음 달 말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 시기에 국방부·합참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이동은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상희·한민구·최윤희 예비역 대장 등 전 합참의장 11명은 지난 19일 “청와대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국방부·합참의 연쇄 이동을 초래해 정권 이양기의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은 다음 달 18~28일쯤 지휘소 연습으로 실시될 예정이어서 합참 청사에서 근무 중인 일부 부서도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 국방부는 북 도발에 대응하는 합참 지휘통제실과 작전·정보 라인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연합훈련의 경우도 합참 지하 벙커를 최대한 배제하는 한편, 수방사 벙커 등으로 최대한 분산 실시해 안보 공백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