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놓고 충돌했다. 야당은 민주당 의원 출신인 박범계 법무장관이 윤 후보 의혹과 관련해 편향적인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 위반을 문제 삼아 사의 표명을 요구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2022.01.26 이덕훈 기자

이날 오전 법사위 현안 질의는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이 단독으로 요구해 소집됐다. 박 장관은 “여야 의원님들이 현안 질의를 하는 이유는 지금 사실상의 대선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겠냐”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야당 고발 사주 의혹, 윤 후보 검찰총장 당시 무속인의 말을 듣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막았다는 의혹 등을 거론하며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부인 김건희씨와 양재택 전 검사의 체코 여행 출입국 기록이 법무부에서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기록은 삭제되지 않고 법무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의혹은 2004년 7월 김건희씨와 그의 모친 최모씨, 양 전 검사가 체코 패키지 여행을 떠났지만 최씨의 출입국 기록만 남고 김씨와 양 전 검사의 기록은 삭제됐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조국 전 법무장관과 안민석 의원 등이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서울동부지법이 과거 법무부에 ‘김건희(명신)’라는 이름으로 사실조회 신청을 했는데 ‘김건희’와 ‘명신’으로만 검색하고 옛 이름인 ‘김명신’으로는 검색하지 않아 회신에 누락됐다”고 했다. 박 장관은 ‘김씨와 양 전 검사가 비슷한 시기 둘이 함께 중국에 여행을 다녀왔다’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의 질의에는 “이 의혹의 실체적 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장관이 여기서 그걸 확인해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의 답변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본인 청문회 때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출입국 자료 제출을 거부하더니 윤석열 후보의 부인 출입국 기록 관련 ‘자료가 있다 없다’ 이런 답변을 해야 하느냐. 참 나쁜 장관”이라고 했다. 윤한홍 의원도 “여당의 네거티브에 대해 구구절절 살을 붙여 개인 사생활까지 노출해가며 답변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장관이 눈도장을 찍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하자 박 장관이 “제가 뭐라고 했느냐”고 반박해 회의장 내에서 한동안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장관은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건희씨가 한동훈 검사장에게 수사지휘를 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 질의에 “지적에 대해 공감 가는 바가 있다. 국민적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질의 도중 김씨와 ‘서울의 소리’ 직원 간 7시간 녹취 일부를 틀었다. 반면 박 장관은 박하영 성남지검 차장검사가 이 후보가 연관된 ‘성남FC 후원금 수수 의혹’ 사건 처리를 놓고 박은정 지청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보완 수사에 대한 방향과 방법에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여당 의원이기도 한 박 장관은 앞서 도이치 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적 의혹에 합당한 결론을 내야 한다”며 김씨 기소를 압박해 편파 논란이 일었다. 반면 대장동 특혜·비리 수사에 대해서는 “특혜 부분들은 주범(主犯)들이 다 구속 기소됐다”고 했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박 장관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감찰, 진상조사 지시 권한을 남용해왔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여당 의원처럼 굴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저는 선거 주무 장관도 아니다” “여야 어느 후보든 간에 검찰이 엄정하게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된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지금까지 박 장관 발언을 보면 이재명 선대위원장을 자처하는 모양새”라며 “즉각 책임지고 박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