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안정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양 영역에서의 국제법 준수에 달려있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는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등 호주의 중국 견제 동참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날 공동성명에선 호주와 대중 견제 호흡을 맞췄다.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대중 외교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모리슨 총리는 성명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양국 간 협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국방, 사이버 및 핵심 기술, 보건, 국경 보호 및 개발 협력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성명서의 ‘전략 및 안보 협력’ 부분에서 양 정상은 남중국해를 언급하며 “정상들은 분쟁이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또 “항행 및 상공 비행 자유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며 “해양 영역에서 불안정성으로 인한 위험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양 정상은 이러한 공유하는 원칙들이 훼손되지 않고 견지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하기로 하였다”고 했다.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영해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항해의 자유를 단호하게 보장할 것이라고 하면서, 미⋅중이 첨예하게 갈등을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전날 문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와 가진 공동회견에서는 미국과 호주 등이 선언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석탄 수출 등을 놓고 갈등이 깊은 호주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모리슨 총리가 “한국은 유사 입장국”이라며 중국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 보복에 동참할 의사나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 등에 대해 묻는 호주 기자들 질문에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도 미⋅중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본인이 추진해온 종전선언을 임기 끝나기 전에 완성하려면 미⋅중 속에서 전략성 모호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