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며 나란히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윤·홍 두 사람은 지난달 5일 경선이 끝난 후 27일 만에 처음 만났다.

윤 후보는 이날 홍 의원이 법조계 인사를 만나는 자리에 합류해 오후 7시쯤부터 3시간 40분간 함께 있었다. 홍 의원은 경선 패배 후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지 않은 채 윤 후보와도 거리를 둬 왔다. 정치권에선 “둘의 만남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만큼 홍 의원이 윤 후보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설지 주목된다”는 말이 나왔다.

윤 후보는 선대위 인선 문제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등을 언급하며 홍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우선 이준석 대표가 있는 제주도로 가서 이 대표와의 갈등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했고, 윤 후보는 이 대표를 직접 찾아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윤 후보와 만남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도울 수는 없다. 그러나 윤 후보를 도와주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의 이야기를 들으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윤 후보와 만찬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윤 후보가 선배 검사 출신과 식사하는 자리에 와서 세시간 정도 듣기만 했다”고 적었다. 이어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내일 제주를 간다고 한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선대위에 대해선 “아직 시간이 많으니 이재명 후보가 하는 대로 선대위 구성을 새롭게 다시 해보라고 조언만 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에 앞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했다. 당 원로들은 선대위 인선 갈등과 관련해 “윤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당대표를 포용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서 당선된 반면, 이회창 전 총재는 김종필(JP) 전 총리를 포용하지 못해 패배했다”는 말도 나왔다. 신경식 상임고문은 공개 발언에서 “두 분을 윤 후보가 끌어안고 같이 나가지 못할 때는 마치 포용력 없는,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던 성격을 가지고 정치한다 해서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고문님들의 조언을 잘 받아들여 연전연패를 끊고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오찬 직후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김종인 전 위원장 방에 들어가 약 1분간 깜짝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이 선대위 인선 문제로 충돌했던 지난달 24일 만찬 회동 이후 8일 만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