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상임 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당무 활동과 선대위 회의 참석을 당분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무산 등 선대위 인선과 관련해 윤석열 대선 후보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대선이 99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후보와 당 대표가 따로 움직이는 등 국민의힘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윤 후보 리더십도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한 언론사 행사 참석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후 이 대표 공보 보좌역은 언론에 “금일 이후 이 대표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알렸다.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별다른 설명 없이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이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선대위 인선과 당대표 일정 편성 등과 관련해 윤 후보 측이 자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종인 영입론자’인 이 대표와 윤 후보 측근들 간에는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문고리 공방’도 벌어졌다. 반면 윤 후보 측에선 “이 대표가 끊임없이 내부 잡음을 외부로 표출하며 후보를 흔들고 있다”고 의심하는 기류가 있다. 당대표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분란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선 후보와 당대표의 리더십 충돌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두 사람 모두 리더십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 행동을 두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윤 후보에 대해선 “정권 교체와 반문(反文) 외에 당내 여러 세력을 하나로 묶어낼 이렇다 할 새 인물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 반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