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놓고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총괄 선대위원장이 유력시됐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합류가 불투명한 데다, 중진 위주로 구성된 총괄본부장급 인선에 대해선 “변화와 혁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2030세대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우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 이어 중진급 인사들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에 선임된 인사들. 왼쪽부터 주호영(조직) 의원, 김성태(직능) 전 의원, 원희룡(정책) 전 제주지사, 권영세(총괄특보단) 의원, 이준석(홍보미디어) 대표, 권성동(종합지원) 사무총장. /조선DB

국민의힘 중진 김태호 의원은 26일 본지 통화에서 “내가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배경에는 선대위를 새로운 인물, 변화와 혁신에 걸맞은 인물로 채워 중도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선대위 구성을 보면 절박함, 새로움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 의원은 선대위 중요 보직에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을 두고 “초기 컨벤션 효과에 도취한 모습이 노출됐다고 본다”고 했다.

원희룡(정책)·주호영(조직)·김성태(직능)·권영세(총괄특보단)·권성동(종합지원) 등 중진 정치인이 중심이 된 총괄선대본부장 인선을 두고도 당내 비판이 커지고 있다. ‘토론 배틀’ 출신 임승호(27) 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선거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작고 단단한 실무진 위주의 선대위로 가더라도 충분히 윤석열 대선 후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활력이 있던 혁신의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총괄본부장 6명 중 홍보미디어본부장을 겸하는 이준석(36) 당대표 겸 상임 선대위원장을 제외한 5명 평균 나이는 61세다.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평균 나이는 72세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대선 선대위는 국민에게 새 정부의 콘셉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기성 정치인들로 선대위 사령탑을 채운 것은 준비 부족을 넘어 무성의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윤석열, 선대위 총괄본부장단과 상견례 - 국민의힘 윤석열(가운데)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단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직능총괄본부장,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윤 후보, 이준석 당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 겸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일부는 차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급 중 직능 파트를 맡은 김성태 전 의원은 여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KT에 딸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 보기 드문 노조 출신인 김 전 의원이 직능 분야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내 옹호론도 적지 않다.

특보단 인선을 두고도 이은재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자 당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의원은 작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컷오프된 뒤 탈당했다. 이후 기독자유통일당에 입당했다가 다시 한번 컷오프돼 한국경제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여러 인사가 추천되는 과정인 걸로 아는데 후보가 종합해서 판단할 상황이고 권영세 총괄특보단장이 검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영세 단장은 “특보단 인선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보수 정당을 혁신할 최소한의 상징적 인물이 아직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은 선대위 방향성 문제”라고 했다. 윤 후보는 조만간 ‘새 인물’ 영입으로 이를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공동 선대위원장 영입 제안을 받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봤을 때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은 거 같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쇄신’을 요구해온 초선 의원들은 이번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후보 선출 후 지지율이 잘 나오니 줄 서기 바쁘고, 선대위 자리에 욕심 있어서 침묵하는 초선들이 적잖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경선 때부터 윤 후보 곁에 자리 잡은 최측근 그룹이 후보 보좌를 잘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선대위 인사를 특정 몇몇이 주무르다 보니 이런 감동 없는 황당한 인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