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오른쪽),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021년 10월 1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후보들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다음 달 3~4일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열흘 앞둔 24일, 홍준표 의원이 “끝까지 기상천외한 여론조사를 고집한다면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하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중대 결심을 하든 말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맞받았다. 캠프가 아닌 후보 본인들이 여론조사 문항으로 충돌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주장하는 본경선 여론조사 방식/양자 가상 대결, 4시선다형

국민의힘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당원 투표 50%를 합산해 11월 5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국민 여론조사는 11월 3~4일, 당원 투표(모바일·ARS)는 1∼4일 진행한다. 후보들은 당 선관위 결정에 따라 본경선에 5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본선 경쟁력’을 묻는 데는 합의했다. 당원 투표는 후보 4명 중 한 명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반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양자 가상 대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 후보가 대결한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뒤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후보 이름을 각각 넣어 4차례 질문하는 식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도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김태호 의원을 포옹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그러나 홍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서 “1대1로 4자(者)를 조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며 “네 사람 중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이 주장하는 ‘4지선다형’은 ‘이재명 후보와 맞설 국민의힘 후보로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 있나’라고 한 질문을 하면서 네 후보 가운데 고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 전 의원 측 역시 “양자 가상 대결로 할 경우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당원 투표로만 후보자가 선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3일 ‘경선 결선 투표에 임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상 여론조사 문구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중대한 결심’과 관련해 일단 경선 불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주 중 선관위 결정에 따라 당 내홍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오후 열린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선 각 진영 대리인들이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경선은 또 민주당처럼 ‘중간 발표’ 없이 5일 한 번에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에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jp희망캠프에서 '경선 결선 투표에 임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태호·박진 의원과 심재철·유정복 전 의원 등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인선을 발표했다. 홍 의원은 “광역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중진들을 캠프에 영입한다”고 했고, 이에 윤 전 총장은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된 ‘개 사과’ 인스타그램 글과 관련해 아내 김건희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원래 선거라는 건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나”라며 “어떤 분은 가족이 후원회장도 맡는데”라고 했다. 홍 의원의 대선 예비 후보 후원회를 아내 이순삼씨가 맡은 점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아내 김씨를 겨냥해 “소환 대기 중이어서 공식 석상에 못 나오는 부인보다는 유명 인사가 아닌 부인을 후원회장으로 두는 것은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상대방의 전과, 비리, 막말, 망언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은 피장파장이고 도긴개긴”이라며 “본선에 가면 무난하게 질 후보들이다. 이재명을 확실하고 안전하게 이길 후보는 유승민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