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고 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제안 하나 하겠다”며 “자신이 반대했던 후보에 대한 조롱, 욕설, 비방 글을 내립시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습니다”라며 이같이 적었다. 글은 친구만 볼 수 있게 설정했다. 그러나 잠시 뒤 글 일부가 수정됐다. 조 전 장관은 ‘승복’이라는 표현을 ‘수용 선언’으로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이 자신들을 저격해 한 제안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또 사실상 조 전 장관의 페북 글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문이라고 받아들였다.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젠틀재인’의 한 회원은 “조 전 장관 페북 글, 왜 이렇게 낯서냐. 이 내용이 중립은 아닌 거 같다. 잘됐다 이런 느낌인데. 서초동에 매주 나가 ‘검찰개혁, 윤석열 아웃’ 외친 문파들은 여기에 있는데..”라는 글을 썼다. ‘젠틀재인’ 회원들은 “그동안 우리가 이재명을 조롱했다는 거냐?”, “마음의 빚 청산합니다. 이제 갈길 갑시다”, “배신감에 괴롭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결과 수용한다니까 바로 이재명한테 붙는 거냐”, “멀리 안나갑니다”라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친문·친이낙연 성향 커뮤니티 ‘루리웹’ 반응도 비슷했다. 회원들은 “오늘부터 조국 손절”, “넌씨눈(넌 시X 눈치도 없니) 끝판왕”, “본인 당한 일에 대한 분노 표현은 이해되는데 저런 하나마나한 글은 뭐하러 쓰는지 모르겠네. SNS 하지마”, “섭섭하다”, “대선 기간만이라도 SNS 끊었으면 좋겠다”, “혼자 원팀하세요”, “불난 집에 부채질 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국 전 장관의 저서 ‘조국의 시간’을 훼손하며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조국의 시간’을 가스불로 태우는 사진을 게재한 뒤 “안녕히 가세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찢겨진 ‘조국의 시간’ 표지 사진을 올린 뒤 “조국이 드디어 이재명 지지선언했네.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고 썼다.
한 네티즌은 조 전 장관 페이스북 게시물에 “내가 너 응원하려고 서초동 다녔냐. 변호사비 도움 되라고 책 50권 샀냐. 본색 드러내서 고맙다. 넌 이제 아웃이다”라는 댓글과 함께 갈기갈기 찢긴 ‘조국의 시간’ 책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대선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기각하자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당무위 발표 후 이 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당무위원회 결정은 존중한다. 저는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 경선에서 승리하신 이재명 후보께 축하드린다”고 했다.
또 “당원 동지 여러분, 경선에 참여해 주신 국민 여러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시기 바란다.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승리할 수 없다. 그 점이 저는 몹시 걱정된다”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전 대표의 입장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