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국회(정기회) 제04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자신에 대한 사직의 건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윤 의원의 사직의 건은 가 188표, 부 23표, 기권 12표로 가결됐다./국회사진기자단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직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표결을 거쳐 통과됐다. 윤 의원은 표결 전 동료 의원들에게 사퇴를 요청하면서 “정치인은 공인으로서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사직안은 이날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총투표 수 223표 중 찬성 188표, 반대 23표, 기권 12표로 가결됐다. 윤 의원이 지난달 25일 대선 경선 후보직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 19일 만이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104석으로 줄었다.

윤 의원은 투표 직전 신상 발언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책임은 공인으로서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 소위 ‘언책’(言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비판을 해왔다”며 “공인으로서 쏘아 올린 화살이 제 가족에게 향할 때 그 화살의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못 본 척하는 것은 제 본질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도의적인 책임을 짐으로써, 그 화살의 의미를 살리는 길을 택했다”며 “정치적 계산이나 음모의 일환으로 제 사퇴를 재단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윤 의원에 대해 “속 보이는 사퇴 쇼”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사직 안건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원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형식으로 윤 의원 사직안 처리에 동참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찬성표가 80여 표 나온 점을 볼 때 민주당 내 상당수가 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윤 의원 사직안을 부결했을 때의 역풍을 고려한 결과”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된 12명에게 탈당을 권고했지만, 비례대표 2명 출당 조치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 사퇴를 계기로 여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윤 의원의 사즉생 결기를 불씨 삼아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징계를 결정한 6명 의원들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의원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소명하고, 위법부당한 사항이 발견되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정권 재창출에 모든 걸 걸겠다”며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사직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의향을 존중하되 추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 지도부에선 “경선 이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사퇴 의사가 확고하지만, 여러모로 당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윤 의원(서울 서초갑)에 이어 정치 1번지인 종로의 이 전 대표까지 사퇴하면 내년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규모가 커진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경기 부천을) 의원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던 것처럼 ‘연쇄 사퇴’ 파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야권에선 “경선 이후 처리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소리”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