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에 치를 20대 대통령 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與野)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여론조사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조사마다 결과가 널뛰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선두 경쟁은 대혼전 양상이다. 지금 판세가 6개월 후 투표일까지 이어질까. 역대 대선에선 6개월 전 선두 6명 중 4명이 끝까지 우세를 지키며 청와대에 입성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1992년 이후 대선 여론조사 여섯 번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은 6개월 사이에 2위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4차례 대선은 선두가 바뀌지 않았다.

◇선두 안 바뀐 네 번의 대선

1987년 13대 대선은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10·27 직선제 개헌 70일 만에 치러졌다. 따라서 대선 6개월 전 여론조사 자료가 없다. 개헌 이후 11월 15일 갤럽 조사에선 노태우 38.2%, 김영삼 27.7%, 김대중 24.0% 순이었다. 단일화에 실패한 양김(兩金) 후보는 둘 다 당선을 자신했지만 최종 순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1992년 14대 대선은 김영삼 후보, 김대중 후보 대결에 정주영 후보가 가세했다. 대선 6개월 전인 6월 말 조사에서 후보 지지율은 김영삼 29.6%, 김대중 19.3% 정주영 11.3% 등이었다. 선거 사흘 전 발생한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 감정을 조장했던 ‘초원 복집 사건’도 판세를 바꾸지 못했다.

역대 대선 6개월 전 후보 다자 대결

1997년 15대 대선도 김대중 후보, 이회창 후보, 이인제 후보의 3자 대결이었다. 최대 변수는 ‘여권 분열과 야권 연대’였다. 여권은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로 분열한 반면 야권은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가 연대했다. 1997년 초반엔 이회창 후보가 강세였지만, 대선 6개월 전 조사에선 김대중 25.3%, 이회창 16.5%, 이인제 11.1% 순이었다. 3자 구도는 끝까지 이어졌고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에게 1.6%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2007년 17대 대선은 1년 전부터 선두를 달리던 이명박 후보가 6개월 전에도 41.3%로 박근혜 후보(24.9%)와 손학규 후보(6.1%)에게 앞선 1위였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실정(失政) 등으로 고전했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선 “경선만 승리하면 본선도 이긴다”는 분위기였다.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물리친 이명박 후보는 대선에서도 득표율 48.7%로 26.1%에 그친 정동영 후보에게 대승을 거뒀다.

2012년 18대 대선은 여야의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강(兩强) 구도가 형성되는 듯했지만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나서면서 야권 단일화가 주목받았다. 대선 6개월 전에는 박 후보(35%)에 이어 안 후보(21%)가 문 후보(14%)보다 높았다. 하지만 갈수록 지지율이 하락한 안 후보는 선거를 한 달가량 남기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지만 박 후보에게 3.6%포인트 차로 패했다.

◇두 번은 2위 후보가 역전

2002년 16대 대선은 역대 대선 중에서 가장 판세가 요동친 선거로 꼽힌다. 연초인 2월 말 양자 대결 조사에선 이회창 후보(47.5%)가 노무현 후보(33.7%)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노풍(盧風)이 불면서 3월 말엔 노 후보(44.8%)가 이 후보(33.7%)를 역전했다. 5월까지 강하게 불던 노풍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위태로워졌다. 대선 6개월 전인 6월 말 조사에서 이회창(44.8%) 대 노무현(33.0%) 맞대결 지지율이 다시 뒤집혔고, 당시 3자 대결은 이회창 40.1%, 노무현 26.8%, 정몽준 16.1% 순이었다. 대선을 3주 남기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로 승부는 다시 예측 불가로 접어들었고 결국 노 후보가 2.3%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탄핵으로 조기에 치른 2017년 5월 19대 대선은 6개월 전 선두가 중도 하차했다. 2016년 11월 초 조사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1%)이 문재인 후보(19%)와 안철수 후보(10%)에게 앞선 1위였다. 연말부터 지지율이 하락한 반 전 총장은 이듬해 2월 1일 대선 행보를 멈췄다. 이후 문 후보가 앞서가던 판세는 각 당의 대선 경선이 끝나면서 다시 요동쳤다. 야당 경선에서 탈락한 안희정 후보 지지표의 다수가 안철수 후보 쪽으로 이동하며 문 후보를 위협했다. 하지만 막판에 보수 유권자가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로 분산되면서 1강(强)-2중(中) 구도로 바뀌었다. 대선 결과도 문 후보 41.1%, 홍 후보 24.0% 안 후보 21.4%였다.

◇6개월 전 정당 지지율이 승리의 발판

지난 여섯 차례 대선에선 2002년을 제외하고 6개월 전에 지지율이 높았던 정당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1992년 대선에선 김영삼 후보의 민자당(31.1%)이 민주당(21.8%)을 크게 앞섰다. 1997년 대선은 김대중 후보의 국민회의(23.7%)가 이회창 후보의 신한국당(22.9%)을 근소하게 앞섰고 6개월 후 대선도 김 후보의 신승(辛勝)이었다. 2007년 대선은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52.9%)이 열린우리당(9.1%)을 압도했고, 2012년 대선도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35%)이 민주통합당(23%)을 앞섰다. 2017년 대선 6개월 전엔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 31%, 홍준표 후보의 새누리당 17%,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 13% 등으로 대선 후보들의 최종 순위와 같았다. 다만 2002년 대선은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36.8%)이 노무현 후보의 민주당(23.8%)보다 지지율이 높았지만 6개월 후 선거에서 이 후보가 패했다.

한편 역대 대선은 추석을 전후로 판세가 요동치는 경우가 많았다. 1997년 대선에선 이인제 후보가 추석 하루 전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 2002년 대선에선 정몽준 후보가 추석 연휴 직전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판을 흔들었다. 2012년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가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선거의 핵심 변수인 세대와 지역 민심이 섞이는 추석 연휴가 대선 구도에 영향을 주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가족 왕래가 크게 줄고 있어서 명절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1위 독식’ 후보없는 20대 대선]

선두권 지지율 20~30%에 갇혀… 대안론 미미해 추격도 쉽지않아

내년 3·9 대선을 6개월가량 앞둔 최근엔 여론조사로는 누가 1위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다. 조사 방식에 따라 선두가 다른 것의 영향이 크지만, 2·3위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대세론 없는 선거’의 영향도 있다는 해석이 있다.

최근 20대 대선 후보 다자 대결 조사

최근 대선 후보 지지율은 지난 23~24일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서 윤석열 26.5%, 이재명 24.9%, 이낙연 12.8%, 홍준표 8.1%, 최재형 4.0% 등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인 23~25일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한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조사는 이재명 26%, 윤석열 20%, 이낙연 9%, 홍준표 7%, 안철수 3% 등이었다.

두 조사를 포함해 요즘 ARS 방식은 윤석열 후보, 전화면접원 방식은 이재명 후보가 앞선 조사가 많다.

정당 지지율도 ARS 방식은 국민의힘, 전화면접원 방식은 더불어민주당이 더 높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만 해도 두 방식의 조사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거 직전인 3월 27일부터 4월 1일 사이에 공표된 ARS 조사 9개와 전화면접원 조사 9개 등 총 18개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모두 앞섰다.

다만 두 후보 지지율 차이가 ARS 조사는 평균 24.6%포인트로 전화면접원 조사의 19.6%포인트보다 컸다. 선거 결과가 오 후보의 18.3%포인트 승리였던 것을 감안하면 ARS 조사가 실제보다 보수 성향 응답이 다소 높았다.

전문가들은 “선두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20~30% 박스권에 갇혀서 상승 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다”며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라고 했다.

최근 호감도가 50%를 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는 것도 ‘대세급’ 후보가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역대 선거에선 선두권 후보 1~2명의 호감도가 50%를 훌쩍 넘긴 경우가 많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야 선두권 후보 모두 중도 확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뿐 아니라 각자의 진영에서도 지지 기반이 견고한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대세론이 없지만 대안론도 뚜렷하지 않아서 후순위 주자들의 추격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