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내표(사진 가운데)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두고 협의중인 가운데, 민주당이 올해보다 8% 이상 재정을 확대해 편성하자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사상 최초로 연 600조원이 넘는 본예산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선·지선 의식한 與 “재정 확장 필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당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본예산은 이전 연도 대비 8.9% 증액되는 등 최근에 8~9%대였다”며 “이번에도 예년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올해 본 예산은 558조원으로 박 의장 말대로 8% 이상 확대할 경우 602조원을 넘기게 된다. 박 의장은 “확장적 재정을 기본 기조로 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도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편성하는 마지막 예산으로, 여당 내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선거 일정을 의식해 “규모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 백신 구모를 위한 예산 확보와 백신 개발, 소상공인 대책, 탄소중립, 저출산 대책 등 큰 목표하에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예산당국은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면 안된다”며 “내년 예산안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정부 의지가 확실히 보이도록 충분히 편성돼야 한다”고 했다. 초슈퍼예산에 재정당국이 난색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당 원내대표가 압력을 넣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연말 예산을 놓고 여야 및 당정 간 갈등이 되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文 정부 4년만에 예산 200조원 증가

홍남기 경제부총리(사진 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기재부가 보고한 예산 규모는 600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종안은 당정 협의를 거쳐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된다. 박 의장은 이날 “최종적으로 얼마로 협의를 끝낼지 (지금)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정책위에서는 예산 작업이 끝나면 바로 당 공약 개발에 속도를 내 9월 말 정도에 가시적인 정책 성과가 나오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올해도 슈퍼예산 편성을 공식화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빨간불’이 들어온 재정 건전성을 놓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슈퍼예산이 현실화하면 정부 출범 초인 2017년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4년만에 무려 200조원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야당 관계자는 “선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씀씀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국가 경쟁력이나 잠재 성장률 견인에 눈에 띄는 효과도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비판했다.

국가 채무 등 재정 건전성 지표 악화도 불가피해보인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 채무시계’에 따르면, 국가채무가 931조3877억원으로 1인당 나랏빚이 1800만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초 2017년인 1280만원에서 4년만에 521만원이나 늘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4월 발표한 IMF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부채비율 상승 폭이 선진국 중 3번째로 빠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