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에서 탈원전과 소득 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가 파면된 한민호(59)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11일 정부를 상대로 한 파면 처분 취소 소송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국장이 문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 전 국장은 문체부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사무처장(2급·국장급)으로 일하던 2019년 10월 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그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 페이스북에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죽창가’ 영상을 올리자 이를 공유하며 “나는 친일파다”라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서 비롯된 당·정·청의 ‘반일(反日) 몰이’를 꼬집은 것이다. 또 외교정책과 관련해 “동맹을 소홀히 하면 나라가 망한다” “70년 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의 100분의 1이라도 북한 여성들의 인권 유린에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후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한 전 국장은 파면 처분을 받아 공직을 떠났다. 정부가 밝힌 파면 사유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56조)·품위유지 의무 위반(63조)으로, 과실에 비해 징계 수위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개전의 정(改悛의情·형법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이 없다”고 표현했다.
한 전 국장은 징계에 불복해 지난해 3월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약 1년 반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절차를 밟아 복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힘 없는 공무원이 대통령 잘하라고 페이스북에서 모깃소리만 하게 독려한 것”이라며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이 고맙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 숫자가 약 100만명인데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나라의 기반을 흔드는 정책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한다”며 “나라가 망하는데 공무원들이 입을 다물면 충신(忠臣)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