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의 지하철 출근 모습./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7월 2일 이날 이준석 대표는 분당 판교, 충남 아산과 천안 방문 등 총 일정이 7건 계획돼 있었다. 오전 6시 8분쯤 이 대표가 노원구 상계동 집에서 나왔다.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해 뒤통수는 물기가 남아 축축했고, 전날 입었던 양복을 그대로 입었다. 어제는 밤 11시쯤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 달에 60회 사용할 수 있는 지하철 정기권(5만5000원)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마을버스도 타지 않고 노원역까지 1km 되는 거리(도보 15분)를 걷는다. 이렇게 한 달에 5만원가량을 아낀다. 6시28분 4호선 노원역에서 오이도행 열차를 탔다.

결승전만 남겨둔 시점에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에 대해 물었다.

- 이번 토론배틀에 몇 점을 주겠습니까.

“(100점 만점에) 120점, 130점을 주고 싶어요.”

- 10~30대 지원자가 전체의 80%가 됐고, 여성 지원자 비율은 11%에 불과했습니다.

“판을 깔아줬는데, 여성과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지원을 안 했을 뿐이에요.”

- 8강에 여성은 김연주씨만 진출했습니다. 20대 여성 진출자가 없자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실력대로, 공정하게 평가했기에 문제 될 게 없죠. 오히려 (실력과는 무관하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8강에 진출시켰다면 그것이야말로 논란이 됐을 겁니다.”

- 지나친 능력주의 아닙니까.

“대변인이 갖춰야 할 능력인 설(說)을 보겠다는 겁니다. 능력주의라고들 하는데, 그럼 뭘 보고 대변인을 뽑아야 하나요. 일부에서는 ‘말만 잘하면 대변인을 하느냐’고 청개구리처럼 반응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동안 말도 못 하는 사람이 대변인을 해왔다’고 말해요. 운전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요구한다고 이것을 능력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 이 대표식 경쟁,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나요. ‘능력주의를 없애자’고 비판만 하고 정작 대안은 못 내놓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반박 논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럼 엽관제(獵官制)를 하자는 이야기인지, 추첨하자는 건지, 음서제를 하자는 건지….”

- 부작용도 있지 않습니까.

“능력주의의 전제조건은 ‘공정’입니다. 이번 토론배틀은 141대 1이라는 희대의 경쟁률을 기록했어요. 대변인 선발에 남녀노소에 따른 유불리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이렇게 몰린 거죠.”

이준석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한 시간 가까이 지하철을 탄 뒤 오전 7시 22분 여의나루역에 내렸다. 이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역 근처 따릉이 대여소에 자전거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전산에는 한 대만 있었다. 출구 계단을 오를 때쯤 이용 가능 따릉이가 0대로 표시됐다.

“탈 수 있는 따릉이가 없네요.”

그새 누군가 한 대 남은 따릉이를 타고 가버렸다.

-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가끔 있어요.”

대여소로 가보니 자전거가 한 대 있었다. 누군가 막 반납한 모양이다. 이 대표는 그 따릉이를 타고 당사로 갔다.

이 대표는 박유하 수행팀장(32)과 함께 일정을 소화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 팀장은 이 대표의 첫 번째 일정에서 만나 같이 움직인다. 이들의 주 이동수단은 ‘따릉이’와 지하철이다.

상계동에서 국회까지는 약 1시간 10~20분이 걸린다. ‘여의도에 오피스텔을 얻어 지내면 몸도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상계동 인구가 20만명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중위 소득 수준보다 조금 더 높은 생활을 하는 동네죠. 이들도 한 시간씩, 그 이상을 들여가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합니다.

정치인이라면 중산층 삶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대표라는 직(職)의 엄중함 내지 중요성을 더 높게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치인이 월급 받는 직장인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죠.”

- 지하철 출퇴근을 정치적으로 해석합니다.

“외국에서 하면 멋지다고 하고, 우리나라 정치인이 하면 ‘쇼’라고들 봐요. 저는 제 5년, 10년간의 교통카드 이력을 공개하라고 하면 다 깔 수 있어요. 10년 동안 쇼를 할 순 없잖아요.”

- 임기는 2년이지만 대선 관리형 ‘5개월 당대표’라고도 합니다.

“그런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선 주자와 당대표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설정돼 서로 충돌했기 때문이죠. 저는 대선 후보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상호보완적 결합할 생각입니다.”

- 그게 뭡니까.

“대선 주자가 당 내부 일은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더 많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당대표는 살림살이를 잘 챙기겠다는 의미입니다. 업무 분장을 잘만 조정하면 되죠.”

- 대선을 잘 치르고 서울시장에 출마할 계획 있습니까.

“지금은 그런 생각 전혀 없습니다.”

- 정해진 임기를 다 채울 생각입니까.

“지금은 당연히 다 채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당원들이 제게 맡긴 책임이자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 유승민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경선을 조성하리라는 의심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유 전 대표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항상 나온 음모론입니다. 구체적이지 않죠.”

- ‘이준석표’ 정치실험의 끝은 어디입니까.

“지금껏 당이 독점했던 것들, 여의도 문법에 가둬놓았던 많은 것을 풀어놓을 겁니다. 그 영역은 거의 무한정에 가깝습니다.

이제는 어떤 당대표도 대변인을 낙하산식으로 임명하지 못할 겁니다. 국민은 공개 경쟁으로 대변인을 뽑는 것을 봤습니다. 그 결과와 성과가 어떤지도 확인했습니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정신적 스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적 스승, 정치적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전 위원장의 탁월한 정치 감각 때문입니까.

“그렇죠. 저는 어떤 사안이든 그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라고 완곡한 화법을 할 줄 모르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을 화나지 않도록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이 있어요. 하지만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정치 문화입니까.”

-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6개월에서 1년 정도 뒤에 벌어질 일을 함께 고민하고 내용도 공유해요. 최근에는 대선을 치를 때쯤 한국 경제가 어떨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저런 생각을 나눴죠. 이런 게 우리 대화 주제입니다. ‘누구 어떻게 할까요’ ‘어느 놈 잘라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는 안 합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2012년 당시 사진이다./조선DB

- 김 전 위원장을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해요. 항상 조언도 듣고요. 또 그분이 말한 내용을 제가 그대로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이 삐치지도 않아요. 이분과는 신뢰가 있습니다.”

- 내년 대선에서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하실 거라 봅니다. 본인도 그런 책임감을 갖고 있으시리라 생각해요.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에서 후보 옆에 같이 사진 찍힐 위치에 있으리라고 봐요.”

- 어떤 유형의 정치인을 기피합니까.

“정치 선배 중에는 ‘누구를 꼭 써라’ ‘나를 도와줬던 사람인데 좀 챙겨줘라’라는 식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있어요. 밥 먹는 내내 이런 말만 해요. 다시는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그런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죠.”

- 존경하는 인물로 정도전을 들었습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사회의 기틀을 새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잖아요. 정도전이 보여준 사회 개혁에 대한 고민, 이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여름 휴가 계획이 있습니까.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양도받으려고 합니다. 8월 중순에 경북 상주로 가서 3~4일 정도 집중적으로 연수 받을 생각이에요.”

- 이유가 있습니까.

“당대표를 하면서도 주말엔 여가 활동으로 택시 운전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달밖에 안 된 지도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면서도 “이 대표의 첫 번째 리더십 시험대는 이 대표가 말한 대로 8월 경선 버스에 윤석열, 최재형 등 원외 인사를 모두 태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토론배틀 흥행은 부차적”이라며 “두 번째 시험대는 유승민 전 대표와의 친소 관계에 대한 의심 해소, 즉 공정한 대선 경선 규칙 마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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