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종합상황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폭염에 따른 전력난에 대해 “전력 수급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없다”며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정부는 탈원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전력 수요를 낮춰 잡거나 원전의 정비 기간을 늘려 잡았다가 최근 전력난이 닥치자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 중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야당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 비상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전력 수요 예측 실패”라고 했다.

◇ 與 “탈원전이 전력난 초래? 어불성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평일(12~16일) 전력 예비력은 하루도 쉬지 않고 10GW(기가와트) 아래로 떨어졌다. 예비력은 전체 전력 공급 능력(정비·고장 제외)에서 그날 전력 수요를 빼고 남은 전력으로, 통상 10GW 이상이어야 안정된 상태라 평가한다. 기상청이 20일부터 더 심한 더위를 예고했고, 산업용 수요까지 몰리면서 2011년 9월 대정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탈원전 정책이 전력난을 초래했다는 주장에는 크게 반발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2038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정책이 현재 전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탈원전 정책 여파로 전력예비율 10% 선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도 “24기의 원전 중 일부 8기가 고장 등으로 정비 중에 있는데 정비가 완료되면 전력 예비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가동 중단된 원전 8기의 총 발전용량은 8GW로, 전체 원전 24기(23.5GW) 발전 총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전력 수급 전망에 대해 점검했고 작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고 했다.

◇ 전문가 “탈원전에서 비롯된 수요 예측 실패가 문제”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지난 13일 당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력난의 근본 원인을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이에 따른 수요 예측 실패에서 찾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탈원전의 부정적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전력 수요 예측치를 무리하게 낮춰 잡다 이제 와서 탈이 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0~2034년)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90GW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닥치기도 전인 지난 15일 88.6GW까지 치솟은 상태다. 산업부는 8월 둘째 주 최대 전력 수요가 94.4GW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정비 기간을 길게 잡고 재가동 승인을 지연시켜 전력난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원자핵공학 전문가인 양희창 부산 기장군 안전도시국장은 정부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하는 것을 두고 “원전의 경제성과 이용률을 낮추기 위해 불필요하게 긴 정비 기간을 잡았지만 전력난에 부랴부랴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원전 긴급 가동 결정을 두고 “결국 탈원전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임승호 대변인도 논평에서 “전력 수급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이 허풍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별다른 이유 없이 원전을 멈춰두었음을 정부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했다.

◇ 대선 앞두고 ‘탈원전 프레임’이 부담스러운 與

(왼쪽부터) 야권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두 사람 모두 정치 출사표를 던진 배경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있다. /조선일보DB

민주당이 ‘탈원전 프레임’을 경계하는 건 여름철 전력 수급 불안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자극할 대형 악재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야권의 대선 주자들을 탄생시키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는 트라우마도 있다”고 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향해 “출마 배경에서 공통적으로 원전 수사를 언급했다”며 “정치 행보를 위한 핑계이자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방편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교묘하게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어컨 돌아가며 꺼라"… 절전 불똥맞은 官街 -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서 공무원들이 선풍기를 켜놓고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19일부터 전국 공공기관에 대해 에어컨 순차 운휴에 들어가면서 낮 시간에 공공기관이 돌아가면서 냉방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