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동산 투기 연루 의혹 의원 12명. (윗줄 왼쪽부터)우상호, 윤미향, 양이원영, 김수흥, 김주영, 김한정 의원. (아래 왼쪽부터) 문진석, 오영훈, 김회재, 서영석, 윤재갑, 임종성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민권익위 조사에서 부동산 불법 소유·거래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단”이라며 야당에도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자진 탈당을 권유한 의원은 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부동산 명의신탁), 김한정·서영석·임종성(업무상 비밀 이용), 김수흥·양이원영·오영훈·우상호·윤재갑(농지법 위반) 의원이다.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에 대해서는 출당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너무 커서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개별 의원들의 혐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그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왔다. 임종성 의원은 2018년 누나와 사촌 등이 지역구인 경기도 광주 고산2택지지구 인근 땅(6409㎡)을 5억여원에 공동 매입했다. 임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이었고, 땅 매입 직후 시(市)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고시하고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토지 가격이 3년 만에 10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12명 중 6명(김주영·김한정·서영석·임종성·양이원영·윤재갑 의원)은 권익위 조사와 별도로 경찰의 내사·수사도 받아왔다. 권익위 조사 자료는 이르면 9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이첩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기존 수사해온 혐의와 같은 것인지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민 앞에 집권당의 외피를 벗고 깨끗하게 해명하고 오길 바라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며 “의원들이 선당후사 관점에서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상호·김한정 등 일부 의원은 “당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소속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정 아내·처남, 지역구 ‘3기 신도시’ 인근 땅 13억 매입

더불어민주당이 8일 부동산 불법 거래·보유 의혹으로 ‘탈당 권유’ 또는 ‘출당’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의원은 총 12명(16건)이다. 지역구 의원 10명에 대해선 자진 탈당을 권유하고, 자진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윤미향·양이원영 의원)는 출당 조치를 결정했다. 김수흥·김주영·문진석·서영석·윤재갑·임종성 의원은 이날 “의혹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상 탈당 권유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 12명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12명 명단엔 지난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 이후 언론 등을 통해 부동산 소유·거래가 논란이 됐던 민주당 의원 9명 중 6명이 포함됐다. 그간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친누나·사촌 등의 신도시 인접 토지 투기 의혹을 받은 임종성(경기 광주을) 의원 외에 김한정(경기 남양주을)·서영석(경기 부천정) 의원도 본인 지역구 개발 사업 관련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 계획 발표 전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한정 의원의 아내와 처남은 작년 7월 김 의원 지역구인 남양주시 진접읍 임야 1112㎡(약 330평)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약 1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남양주 진접읍은 3기 신도시 예정지인 왕숙 지구 인근이다. 서영석 의원은 경기도의원이던 2015년 8월 경기도 부천 대장지구 인근 토지와 근린생활시설을 매입했다. 땅 매입 후 2019년 부천 대장이 3기 신도시로 선정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토지는 신도시와 무관하고,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2018년 12월) 7개월 뒤인 작년 7월에 샀다”며 반발했다. 서 의원과 임 의원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두 번째 유형은 ‘친족 간 특이 거래’ 등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 사례다. 윤미향(비례)·김주영(경기 김포갑)·김회재(전남 여수을)·문진석(충남 천안갑) 의원 등 4명이 지목됐다. 윤 의원은 2017년 시어머니가 살던 시누이 명의 경남 함양 집을 판 돈으로 시어머니의 새집을 마련하면서 명의를 윤 의원 남편 명의로 했다. 이후 작년 10월 시어머니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지난 3월 보유하고 있던 충남 예산군 농지를 형이 대표로 있는 영농법인에 매도해 ‘차명 보유’라는 의심을 받았다. 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은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팔면서 매매 대금 23억원 중 14억7000만원을 추후 받기로 하고 명의를 넘겨줘 ‘명의 신탁’ 의혹 해당자로 분류됐다. 당 최고위원인 김주영 의원도 부친 명의 경기 화성 임야, 장모에게 판 오피스텔이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윤미향 의원은 이날 “집안 사정상 남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게 됐고, 고령의 시어머니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문진석 의원도 “외진 시골 농지를 굳이 차명으로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정상적인 거래”라고 해명했다. 김회재 의원은 “5월 17일 잔금을 받은 뒤 근저당 설정을 해지했는데, 권익위가 이전 조사 내용만 본 것”이라고 했고, 김주영 의원도 “모두 정상적 거래”라고 했다.

세 번째 유형인 농지법 위반은 주소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연고 농지’를 취득한 뒤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는 사례다.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양이원영(비례)·오영훈(제주 제주을)·김수흥(전북 익산갑)·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 등 5명이다. 윤 의원 아내는 2017년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와 가까운 농지 2121㎡ 중 일부(33㎡)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했는데, 영농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이 의원은 모친 소유 경기 광명시 땅, 오 의원은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제주시 땅, 김 의원은 전북 군산시 땅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았다. 우 의원은 농지로 취득한 경기도 포천 땅 일부를 모친 묘지로 조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투기와 무관한 땅으로 이미 매각했다”고 했고, 양이 의원은 “어머니는 기획 부동산 피해자인데, 희생양을 찾는 것도 아니고 정말 황당하다”고 했다. 오 의원은 “1994년부터 농사를 지어왔고, 현재는 임대를 주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도 “동생 부부가 위탁 경영인으로 지정돼 농사를 짓고 있는 만큼 농지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 의원은 “당시 포천시청 안내에 따라 가매장 후 묘지 허가를 받았다”며 “전체 토지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땅에선 농사도 계속 짓고 있는 만큼 권익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날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한 것은 최근 정부·여당을 향해 분노한 ‘부동산 민심’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12명 의원 중 상당수는 이날 투기 의혹을 정면 부인하며 반발하고 나서 “결국 구속력 없는 조치로 ‘꼬리 자르기식 결론’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너무 크고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비판적인 국민 여론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과도한 선제 조치지만,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무소속 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탈당을 강제할 순 없고, 향후 기소돼도 벌금형 정도로 나오면 당에서 받아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