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여권의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분입니다. 지지율만 놓고보면 여권에선 적수가 없어 보입니다. 한때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지지율은 요즘 한자리입니다. 정세균 김경수 임종석…아직 적수가 아닙니다. 여권 상황을 봤을 때 이 지사로선 ‘시간은 내편’이라는말이 나올만 합니다. 시간만 흐르면 점점 여권 대선 후보 자리 굳혀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야권 유력 주자로 윤석열 후보가 있지만 아직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치고받으며 싸우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그런 그에게 골칫거리가 생겼습니다. 만만찮은 적수가 등장했습니다. 여자입니다.

김부선씨 아닙니다…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의원입니다.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5분 연설로 ‘스타’가 됐습니다. 그런 윤 의원이 연일 이재명 지사를 저격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 지사가 대학 안 가는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비전도 책임도 없는 포퓰리즘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먼저 이지사의 ‘세계여행비 1000만원’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이 지사는 전날 경기도교육청 등과 함께한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식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청년 문제와 관련해 언제나 가진 고민이 왜 실력에 따라 평가받지 않고 차별하느냐였다” “생산성이나 역량이 중요한데 형식적인 학력을 가지고 임금차별을 하니까 사람들이 안 가도 될 대학을 다 가느라 국가역량도 손실이 있다. 개인으로서 인생을 낭비한다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4년 동안 기술을 쌓고 노력한 결과가 4년 동안 대학 다닌 사람의 보상과 별반 다를 거 없거나 나을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우회로를 택하지 않을 것이다” 쓸데없이 대학을 가지 않을거라는 얘기죠. 그러면서 “4년간 대학 다닌 것과 4년간 세계 일주를 다닌 것 중 어떤 게 더 인생과 역량개발에 도움이 될까. 각자 원하는 바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서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합니다.

오직 대학 진학에만 골몰하지 않도록 정부가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주자. 학력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도 바꾸자. 이런 취지라고 합니다. 글쎄요…시청자 여러분은 이 아이디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취지는 이해 가지만 여권의 대선 선두 주자가 청년 대책이자 교육대책이라며 내놓는 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학력으로 임금 차별을 하지 말자는 화두에는 적극 찬성입니다. 하지만 ‘4년간 일한 사람과 4년간 대학 다닌 사람의 보상이 같아야 한다’는 이 지사 발언은 심각한 자기모순이거나 시대를 읽지 못하는 식견을 내비치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이 지사님, 시대를 읽으시고 무거운 주제는 깊이 고민합시다” “대졸과 고졸 임금 차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 국가전략의 핵심, 교육수요와 공급의 문제입니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보수 차이가 과하면 분배와 통합을 해치지만, 인적투자를 권장하고 열정을 품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 시대 최대의 화두, 교육과 기술의 경주(競走)입니다””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무거운 주제인데 ‘대학 안 가는 사람에게 세계여행용 1000만원’처럼 선정적인 낚시를 할 때가 아닙니다.” “맹목적인 진학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학 안 가면 천만원 준다’는 이 지사의 발언은 비전도 책임도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했습니다.

‘선정적인 낚시질하지 말고 무거운 주제는 깊이 고민하자’ 그말이 인상적입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지사가 얼마전 ‘재산 비례 벌금제’란걸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윤 의원이 “재산이 아니라 소득에 따라 벌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지사가 “공정벌금이라고 하자”며 논쟁을 멈추자고 합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선별복지는 절대 반대하면서 선별벌금은 왜 공정하다고 하냐”고 재차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지사는 아시다시피 기본소득을 주자는 분입니다. 상황이 다른 국민들에게 똑같은 액수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벌금은 재산 혹은 소득에 따라 다르게 정해야 한다고 하니 모순 아니냐는 거죠.

그러자 이재명은 “실력 없이 상대 실수를 기다리며 요행만 바라는 ‘손님실수정치’는 그만할 때도 됐다”고 합니다. 그러자 윤희숙은 “지사님 실수를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대선 후보로서 최소한의 일관성을 갖췄는지, 지도자로서 철학이 존재하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질의 드린 것이다” 이렇게 맞받습니다.

재밌지 않습니까. 두 사람은 지역화폐를 두고도 맞붙은 적이 있습니다. 지역화폐는 이 지사의 핵심 경제정책입니다. 그런데 윤 의원은 “대학 첫 학기에 배우는 경제원론은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려면 사용에 제약을 걸지 않아야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이지사의 지역화폐가 단점이 크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뭔가 좀 기발하게, 대중의 눈과 귀를 휘어잡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마다 윤희숙의 매서운 팩트 공격과 질타가 내리 꽂힙니다. 한마디로 잘근잘근 씹어줍니다. 윤 의원은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대한민국 최고 정책 전문가입니다. 이런 윤 의원이 이 지사의 급소를 정확하게 공격하는 겁니다. 이 지사로선 반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권 1위 대선주자 입장에서 야당 초선 의원과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존심 상할겁니다. 이런 윤의원의 활약을 보면서 야권에선 ‘독사 잡는 매’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야권 대선 후보가 되려면 윤희숙 의원을 정책 참모로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합니다. 앞으로 계속될 이재명 대 윤희숙 논쟁, 이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대선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