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진보당 전북도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앞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이익 환수 촉구 집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이름을 '한국투기주택공사'로 변경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패배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종부세 등 세금을 깎아주고,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풀어주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25차례나 땜질식 처방으로 규제를 강화했던 민주당이 이를 보완하는 방식도 근본적 정책 전환보다는 내년 대선을 의식한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19일 출범한 부동산특위가 중심이 돼 종부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을 감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거 참패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세금에 대한 ‘조세 저항’이라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2년째 그대로인 종부세 부과 기준(9억원 이상)을 올려 상위 1~2% 가구만 내게 하고,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해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재명 경지지사도 20일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에 대해선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며 다주택자 중과세 방침을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종부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적용 대상을 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이 경우 전국의 공시가 9억~12억원 아파트 약 26만 가구(1월 기준)가 올해 종부세 고지 대상에서 제외돼 혜택을 볼 전망이다. 또 기본 공제액을 현행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해 종부세 적용 대상을 줄이고, 60세 이상 노인과 장기 보유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세금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의원은 “다주택자도 종부세 부담이 20% 내외로 감면된다”고 말했다. 또 소득세법 개정안에서는 재산세 과세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세 단계로 세분화하고 세율도 부분적으로 인하했다.

여당은 무주택 실수요자는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 당정 협의를 열어 서울 등 투기 지역에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무주택자에 한해 LTV 10% 포인트를 추가로 얹어주는 방안이 논의됐는데, LTV가 늘어난 만큼 주택 구매자는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이 용이해진다. 9억원짜리 서울 아파트의 최대 절반까지도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LTV 90% 인상’(송영길 의원), ’50년 만기 모기지'(이낙연 의원) 등 대출 완화책들이 대거 제출된 상태다. 지난 재·보궐선거 때 등을 돌린 2030세대를 겨냥한 정책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공시지가에 대한 속도 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을 올해 70.2%에서 2030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여당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인 가운데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빚내서 집 사라 하는 메시지를 정치권에서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주도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이 잘못된 시그널(신호)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을 보완하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언제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 당정 간 조율이 안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군인 시민 단체가 “개혁 후퇴”라며 반발하는 것도 변수다. 참여연대 김남근 정책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재·보궐선거 민심을 거꾸로 읽은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산세·종부세 완화는 수혜 대상이 소수에 그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부동산 거래를 투기로 보는 정부 기조를 전환하지 않는 한 집값 안정은 요원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