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국민의 힘 오세훈 당선인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인은 7일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반전(反轉)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11년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서울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중도 사퇴한 이후, 10년 만에 얻은 승리다. 오 당선인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지난 5년 동안 일을 할 때는 머리로 일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고 했다. 야권 단일화 이후 선거운동을 도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꽃다발을 건넸다.

오 당선인의 지난 10년은 낙선의 연속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패했고,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선 ‘황교안 대세론’에 밀려 당대표가 되지 못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정치 신인’ 민주당 고민정 후보에게 석패했다. 올해 1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입당을 요구하며 서울시장 후보에 ‘조건부 출마’를 했을 때도, 당 안팎에서 오 당선인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안철수 대표는 물론이고, 당내 경선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에 비해서도 지지율이 열세였기 때문이다.

4ㆍ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해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이덕훈 기자

오 당선인을 최종 승리로 이끈 것은 ‘중도 표심’이었다. 당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보수 아니면 진보이고, 짜장 아니면 짬뽕”이라며 “중도라는 이념은 없다”고 할 때, 오 당선인은 “나는 중도 확장성이 있는 볶음밥”이라고 했다. 자신이 보수는 물론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한 것이다. 서울시장직을 사퇴해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10년 시정의 단초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많이 죄송했다”며 “일로써 용서받고 싶다”고 했다. 오 당선인은 이후 100% 시민 여론조사로 치러진 최종 경선에서 나 전 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 협상 과정도 반전의 연속이었다. 단일화 초반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에게 다소 뒤처졌지만, 오 당선인은 제1야당의 조직력과 세(勢)를 발판 삼아 상승세를 탔다. 본인이 야권에서도 중도에 가깝고 젊은 층과 무당층에게도 확장성이 있음을 강조한 전략도 주효했다. 서울시민 32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앞섰고 지난달 23일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전화 통화하는 오세훈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설치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본선에선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20~30대 청년을 연일 유세차량에 올리며 이들 발언을 부각했다. 선거 유세 기간의 상당 부분을 강북권 중심으로 돌며 강남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 후보의 이미지를 벗으려는 노력도 보였다. 민주당이 연일 오 후보 배우자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지만, 네거티브에 대응을 삼가는 전략도 폈다. 오 당선인은 7일 “이번 선거 과정에서 청년들의 분노를 봤다”며 “제가 잘나서 지지하는 게 아닌 줄 안다. 서울에 희망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