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원내대표단 만난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과 관련, “우리 사회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 행위”라고 했다. /연합뉴스

여권(與圈)에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직전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보궐선거 후보자 측을 중심으로 4월 보궐선거 악재 해소 차원에서 변 장관 거취 정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도 변 장관이 주도하는 2·4 공급 대책에 힘을 실었지만, 청와대 내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곤혹스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급 대책과 선거 악재 해소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여권의 눈이 쏠리고 있다. 정부 조사와 경찰 수사에서 LH와 국토부 직원의 투기 문제가 추가로 드러날 경우 변 장관이 책임지는 형태로 자진 사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변 장관 경질론에 대해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상황을 좀 확인해 본 다음 성역 없이 책임질 일 있으면 누구든 다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정 총리가 이르면 11일 발표하는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에게 변 장관 거취 문제 등을 건의할 가능성도 나온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서 공식적으로 변 장관 경질론이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도 “변 장관이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한 상황이지 않나. 국무위원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가 아닌 정무적인 자리다. 국민이 책임을 거세게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LH 사태가 선거에 미칠 악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변 장관 경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빠르게 사태를 진화해야 한다”며 후속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보고하는 변창흠 장관

그러나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변 장관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에게 건의해달라는 의견은 있었지만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변 장관 거취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결론”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변 장관을 임명 두 달 만에 경질하면 청와대 부실 검증을 인정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정권 후반기에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도 LH 투기 의혹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대단히 감수성 있게 받아들여야 하며, 국토부와 LH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2·4 부동산 공급 대책은 차질 없이 실행돼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여당 원내지도부 모두 경질에 관한 언급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문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부동산 대책 추진을 또다시 강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은 4월 보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부 공무원들뿐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 등까지 땅 투기 의혹이 이어지면 결국 대통령이 결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에서 변 장관 경질 요구가 분출하는데 대통령이 공급 대책을 앞세워 변 장관을 감쌀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4월 선거는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이낙연 전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변 장관을 정리하지 못하더라도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여론에 따라 사퇴시켜야 한다. 미적대다가 당·청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나온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변 장관 해임과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당대표 후보인 여영국 전 의원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다시 미봉책으로 대한다면 국민은 4년 전 들었던 그 촛불의 함성인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며 다시 촛불을 들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