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경호처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유연상 대통령 경호처장은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환담장 앞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몸수색’을 당한 것과 관련, “현장 경호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나 국민의힘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관련 조치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경호처 관계자가 이날 오전 본회의장의 주 원내대표 자리로 찾아와 “현장 직원들이 잘 모르고 실수를 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한 것에 비해 수위를 낮춘 것이다.

경호처는 이날 배포 자료에서 주 원내대표가 몸수색을 받은 데 대해 “정당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또 “이러한 내용의 경호업무지침은 우리 정부 들어 마련된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 시절 만들어져서 준용되어온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 마련된 경호지침이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시정연설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한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와 주호영 원내대표의자리가 비어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환담자리에 참석하려 했지만 청와대 경호처측의 '몸수색'에 반발해 참석하지 않았다. 2020.10.28. /뉴시스

경호처는 “경호업무지침에 따르면 외부 행사장 참석자에 대해서는 전원 검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회 행사의 경우는 청와대 본관 행사 기준을 준용해 5부요인-정당 대표 등에 대해서는 검색을 면제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당 원내대표가 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등 경호 환경에 따라서는 관례상 검색 면제를 실시해왔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당대표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환담 불참을 통보해 빠지면서, 주 원내대표가 혼자 도착해 ‘검색 면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게는 구두로 신분 확인을 하면서, 주 원내대표는 몸수색을 한 이유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또 과거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경호처는 ‘몸수색’ 대신 ‘검색’ 이라고 표현했다.

경호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5부요인, 여야 정당 대표 등이 모두 환담장 입장을 완료한 뒤 홀로 환담장에 도착했다”며 “대통령 입장 후 환담을 막 시작한 상황에서, 경호 검색요원이 지침에 따라 스캐너로 상의를 검색하자 항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경호원에게 ‘야당 원내대표’라고 밝혔으나, 경호원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만지고 몸 전체를 앞뒤로 수색했다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김태년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본인 성명과 원내대표임을 밝혔음에도 별도의 신원 확인 방안을 요구, 신체 수색을 동의없이 임의로 한 것”이라고 했다. 배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과 각 당 대표 등의 의전 경호 매뉴얼을 사전 안내없이 야당 대표에게만 적용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의장, 당 대표와 티타임을 할 때 수색을 하고 제지한 전례가 없다”며 “전두환 대통령 때도 이렇게 안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