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추미애 법무 장관 아들 서모씨를 ‘안중근 의사’에게 빗대고 추 장관까지 안 의사의 말을 그대로 언급한 것에 대해 여론의 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안 의사 후손인 순흥 안(安)씨 참판공파의 안호택 종중회장은 17일 “(박 원내대변인 언급은) 안 의사가 묘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라며 "세상에 정권 유지를 위해 안 의사를 파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날 본지와 가진 통화에서 "종친회 관계자들과 2시간 동안 긴급 회의를 열어 민주당에 대한 항의 성명을 만들기로 결의했다”며 “성명서에는 박성준 대변인의 사퇴와 민주당 대표의 사과 요구가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중근 의사라는 민족의 영웅을 정권 유지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행태를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민주당 논평은 안중근 의사를 깎아내리는 모욕이었으며, 최소한의 역사관과 생각이 있으면 할 수 없었을 발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등에선 “여당이 실성한 것 아니냐” “집단적 최면에 빠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저러다 추 장관 아들에게 국가유공자 서훈을 주겠다고 하겠다” “안 의사가 언제 휴가 연장해 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 어디 감히 안 의사에 갖다 붙이느냐”고 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왜 ‘군인 본분’을 들먹이며 군 자존심까지 구기느냐”고 했고, 한 전방 지역 부대장은 “민주당이 ‘카톡 휴가 연장’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 한 것’이라며 군을 비하하더니 이젠 집단적 최면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박 원내대변인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강창일 전 의원은 “(박 원내대변인 말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 전부 다가 안중근 의사냐”며 “오버했고 지나쳤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엄마가 여당 대표가 아닌 (일반) 병사도 카톡·문자로 23일간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추 장관 아들이 안중근 의사면 윤미향은 유관순 열사, 정청래는 계백 장군, 황운하는 을지문덕 장군이냐”고 했다. 또 “(추 장관) 아드님이 전화 한 통으로 휴가 연장을 가능케 함으로써 60년간 하지 못했던 군 개혁을 이뤘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민족 영웅인 안 의사를 어디에 감히 비교하느냐, 정신줄을 놓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라며 “매사에 뻔뻔한 여당 태도, 금도를 넘어선 망발에 나라 장래가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