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수진 의원/페이스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1대 여야 비례대표 당선자 47명 가운데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만을 상대로 ‘성실 재산신고’ 여부에 대한 소명을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선관위가 똑같은 사례의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여권발(發) ‘하명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2일 오전 7시 30분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조수진 의원의 총선 전후 재산신고 내역 변동을 이유로 ‘당선 무효’를 주장하면서 “선관위가 조 의원을 신속하게 조사해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 조치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러면서 김 의원은 “조수진 의원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시점까지 당사자인 조 의원은 자신이 선관위에 신고된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가 야당 의원 고발 정보를 김 의원 측에 흘렸거나, 김 의원이 다른 경로로 정보를 입수한 셈이다.

이어서 선관위는 이날 오전 10시쯤 조 의원 측에 전화해 “재산과 관련한 신고가 들어왔다. 의혹을 소명하라”며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의 의혹 제기 2시간여 만에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여당 의원의 의혹 제기 당일 선관위가 바로 조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이틀 뒤인 지난 4일쯤부터 “선관위가 조 의원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 의원 ‘하명’ 2시간 만에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해 망신주기식 정보 흘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야당 의원을 타깃으로 한 공작정치”라고 했다.

앞서 선관위는 ‘조수진 의원이 총선 전후 재산 내역이 11억원 이상 늘었다’는 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전 조 의원이 밝힌 재산은 18억5000만원이었는데 총선 후 법령에 따라 정식 재산신고 절차를 거쳐보니 30억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MBC는 지난달 28일 관련 보도에서 여야 의원들 가운데 조 의원을 지목해 “재산이 늘어난 이유를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MBC는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들의 재산 증가 내역은 보도하지 않았다.

기자 출신인 조수진 의원은 “(총선 직전인) 3월 5일 밤 직장에 사표를 쓰고 3월 9일 비례후보에 지원했다”며 “곧바로 신생정당의 수석대변인을 맡아 각종 업무, 당무로 눈코뜰새 없었다. 정작 제 자신에 대한 신고 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졌다. 송구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비례대표가 당선 전후 재산 내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선 무효된 사례는 전무(全無)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의 경우 선거공보물 자체가 없어 다수 유권자에게 재산 내역이 공표되지 않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지역구 경쟁 후보도 없다. 따라서 ‘당선을 유리하게 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와 정치권의 시각이다.

비례대표는 각 정당에 대한 득표를 토대로 기존에 정해진 순번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비례대표 후보자 시절 공천 과정에서 정당에 재산 내역을 제출하지만, 주로 세금 체납 등 공천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용도다.

이 때문에 김용민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조 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시한 판례는 기존 ‘지역구’ 선거에서 ‘공보물’에 실린 재산신고 내역 등이 허위로 밝혀져 처벌받은 사례 정도였다. 비례대표에 대한 당선무효 처벌 내역은 김 의원도 제시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조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탈영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해 마침내 사실로 드러나자 여권에서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추미애 인사‘를 거쳐 물갈이된 검찰이 선관위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으면 조 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들에도 “조 의원이 최근 정부, 여당 공격 많이 하니까 바로 타겟” “입바른 소리 한다고 미워 죽겠구나” “선관위가 민주당 출신들에는 아무말을 안하냐” “윤미향은 그대로 죽 가는거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관위가 특정 방송에 ‘처벌받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한 내용이 보도되는가 하면 여당 의원이 ‘선관위에 신고가 접수됐다’고 하고 ‘선관위가 조사 중’이라며 거의 실시간 중계가 되고 있다”며 “선관위가 ‘망신주기’로 정보를 흘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혐의가 없더라도 선관위가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면 검찰에 불려갈 수 밖에 없다”며 “선관위가 ‘절차 진행‘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여당 의도대로 움직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조사에는 똑같은 의혹이 제기된 여당 의원들은 전부 배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만 봐도 비례대표 당선자 14명 가운데 8명의 재산이 총선 이후 증가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홍걸 의원의 경우 총선 전 58억원에서 총선 후 67억7000만원으로 재산이 9억7000만원이 늘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5억6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으로 6억3000만원 증가했다. 정필모(3억3000만원 증가), 김병주(2억8000만원 증가), 권인숙(1억8000만원 증가) 의원 등도 총선을 전후해 재산이 늘었다.

열린민주당의 경우 김진애 의원의 재산이 22억2000만원에서 24억9000만원으로 2억7000만원 증가했다. 같은 당 강민정 의원도 4억4000만원이 늘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도 총선 전후로 재산이 6억6000만원 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불어시민당을 탈당한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총선 전 92억원에서 이후 109억원으로 무려 17억원이나 늘었다. 그런데도 선관위가 국민의힘 조 의원을 콕 찍어서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선관위는 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재산이 크게 ‘감소’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총선을 전후해 8억3000만원의 재산이 6억4000만원으로 1억9000만원 가량 줄었다. 윤 의원이 이끌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달 31일 국세청 홈페이지에 재공시한 회계 내역에서 예전 공시자료에 없던 돈 8억여원이 추가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선관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구, 비례대표를 포함해 당선자 300명을 전수조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조 의원 측은 재산 변동 내역과 관련해서는 “선관위의 요구에 따라 관련 내역을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