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서 집값 떨어지면 그때 가서 사라’고 한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이 24일 밤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곧바로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부동산 정책 주무 차관을 사퇴시킬 수는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차관 논란이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부동산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이 차관이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 지도부가 이 차관 문제에 대해선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면서 “부동산 정책과 별개로 이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직의 내로남불 행태가 민심에 더 악영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부터 대통령실에 이 차관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도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인연을 쌓아왔고 공공 주택 공급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차관 사퇴론을 일축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퇴시킬 수 없다”며 “정책 효과를 더 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 차관 발언도 “국민의힘의 정치 공세에 과도한 설명으로 방어하려다가 생긴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전날부터 이 차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차관은 지난 20일 유튜브에 나와 실언한 뒤 29억원 가까운 현금을 두고도 지난해 경기 성남 백현동에 33억원짜리 아파트를 갭 투자해 1년여 만에 6억원 시세 차익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이 차관은 사흘 만인 지난 23일 뒤늦게 사과했지만 유튜브에서 2분짜리 사과를 한 데다 갭 투자와 관련해 아내 탓을 하면서 또 구설에 올랐다. 박지원 의원은 “나쁜 사람”이라며 “국민에게 잘 설명해 나가야 할 부동산 책임자인 차관이 자기는 갖고 있으면서 국민 염장 지르는 소리 하면 되겠는가”라고 했다. 윤준병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정책 신뢰를 갉아먹는 고위 공직자들의 이율배반적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내로남불도 정도껏” “저게 사과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들끓자 “꼭 탈환해야 하는 서울시장 선거가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지난 21~23일 조사에 따르면, 10·15 대책에 대해 응답자 44%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적절하다’는 37%였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54%에서 56%로 2%p 올랐고, 민주당 지지율도 39%에서 43%로 4%p 올랐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소폭 반등했지만 당내에선 “자칫하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까지 내줬던 문재인 정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차관 문제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7월 둘째 주 25%였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지난달 둘째 주 35%, 이번 주 44%로 늘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정부 때보다 빠르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며 “당장 지지율에 표가 나지 않는다고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가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갤럽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