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해 종업원들에게 격려 연설을 하고 중앙조종실에서 세멘트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한 손에 담배를 들고 태우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이란 공습 다음 날 황해북도 시멘트 공장 현지 지도에 나서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아버지 김정일이 50일간 두문불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일각에선 핵을 보유하고 있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1일 황해북도 상원군의 시멘트 생산기지인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해 목표 달성을 독려했다. 이날 김정은은 담배를 태우며 여유 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정은의 시멘트 공장 방문은 지난달 19~25일 열린 노동당 9차 대회 이후 첫 산업 현장 방문이자, 미국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참수 작전’을 성공시킨 직후 첫 행보다.

같은 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이란 공습을 “불법무도한 침략 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이기적·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도 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공개 행보는 복잡한 대내외 정세에 따라 걸핏하면 ‘잠행’했던 아버지 김정일과는 대조된다. 김정일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2003년 3월을 전후로 50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 땐 약 25일간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이에 일각에선 김정은이 이란 상황에 주눅 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과 달리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정은은 2020년 1월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살해’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나흘 만에 비료 공장을 찾아 현지 지도에 나서 이목을 끈 바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슴은 철렁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거나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공격할 수가 없다’는 식의 자신감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북한 시멘트 생산 본보기 단위인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하여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번 일로 김정은이 핵무기 보유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김정은은 하메네이가 핵무기가 없어서 저렇게 됐다는 생각에 오히려 비핵화는 안 할 것”이라며 “핵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트럼프와 맞선다기보다는 ‘일단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 볼까’ 이런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도 로이터통신에 “김정은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도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지속적인 핵 개발과 고농축 우라늄 보유가 이번 군사 작전의 계기였던 만큼, 북한도 이 공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잘못은 이란에 비하면 100배”라며 “핵실험을 6번 했고 핵탄두도 100개 내외로 추정된다. 핵탄두를 1년에 10~20개씩 만들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갖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당 제9차대회 후 첫 경제현장 행보로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축하방문해 격려 연설을 하고 노력혁신자·공로자·일꾼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다만 조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이란처럼 북한을 선제공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다 중국, 러시아와도 밀착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구식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망이 있다”며 “또 중국과 러시아라는 동맹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반도 안전 때문에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