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식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단독 사격 장면을 내보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8일 김정은이 전날 당 중앙위 본부에서 주요 지도간부들과 군사 지휘관을 만나 국방과학원이 새로 개발·생산한 신형저격수보총(소총)을 선물로 수여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김주애가 간부들을 호명한 뒤 책상 위에 놓인 무기 증서를 김정은에게 건네면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증서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간부들에게 무기 증서와 소총을 수여한 뒤 사격장으로 이동해 사격도 함께했다.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김주애는 김정은 옆에서 사격을 지켜본 뒤 김정은이 사격한 사격대에서 소총 사격을 했다. 북한매체가 사격 장면을 단독으로 내보낸 건 김정은 부녀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등 ‘백두혈통’으로 분류되는 세 사람뿐이다.
북한 체제에서 ‘총대’는 권력의 상징이자 최고 지도자를 향한 ‘충성’을 의미한다. 군 간부들이 김정은을 향해 충성 맹세를 다짐할 때도 “우리는 김정은의 총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서 지도자의 권위는 ‘군권’에서 나온다”며 “어린 나이임에도 무기를 다루는 강인한 모습을 노출함으로써 차기 지도자로서 군사적 자질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북한 매체가 김주애 모습을 단독으로 부각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4월 김정은 부녀의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아파트 준공식 축하 공연 관람 모습을 방영하면서 김주애만 단독 클로즈업한 모습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단순 행사가 아니라 무기를 다루는 모습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후계자임을 더욱 강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매체들은 1970년대 김정일의 후계자 시절 김정일의 단독 권총 사격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김정은은 이번에 간부들에게 선물한 총이 “새세대 저격수 보총”이라며 “절대적인 신뢰감의 표시”라고 했다. 임 교수는 “북한의 미래 국방력과 김주애의 미래가 일치한다는 상징적 연출”이라며 “독사진은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김주애가 김정은의 유일한 후계구도에 있음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19~25일 치러진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장관급인 당 부장으로 승진한 김여정의 공식 직책은 당 총무부장으로 확인됐다. 북한매체들은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소총을 선물한 행사 소식을 전하면서 김여정을 ‘당 중앙위원회 총무부장’이라고 호명했다.
노동당 총무부는 당 총비서인 김정은의 지시와 방침을 모든 당 조직에 전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지시와 당의 방침 등을 배포하고 총괄 관리하며 집행 상황도 관리하는 부서로 김정은에게 보고되는 모든 문서가 이 곳을 거친다고 한다. 김여정은 ‘백두혈통’임에도 김주애 등장 이후에는 한동안 북한 매체에서 ‘엑스트라’처럼 화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당 부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김정은이 당 간부들과 사진 촬영을 할 때 맨 앞줄에 자리 잡는가 하면 화면에 단독으로 잡힌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의 가장 가까운 혈육이 당 운영의 실무 정점에 배치된 것”이라며 “후계 구도의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려는 중장기적 포석”이라고 했다.
당 부장으로 승진한 김여정이 기존의 대미·대남 메시지 발신 역할을 지속할지도 관심사다. 총무부 업무 이외에 기존 대외 업무까지 관할하게 되면 당 부장에 오른 김여정의 공식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그만큼 역할이 커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총무부가 단순 행정 지원 업무뿐 아니라 대남·대외 공작 및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금과 인사를 통합 관리하는 조직으로 개편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