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공식화할 경우, 김주애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간 충돌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전 주일·주영 대사)는 1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김주애가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된다면 야심만만하고 무자비한 고모 김여정의 강력한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 교수는 “김여정은 자신이 최고 지도자가 될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면 주저하지 않고 이를 잡으려 할 것”이라며 “김여정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는 것을 자제할 이유가 없어 권력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텔레그래프는 김여정이 이미 노동당과 군부 내에서 상당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사실상 북한 내 이인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사망하거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김여정이 권력 장악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반면 김주애는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과 군 관련 행사 등 주요 공개 일정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후계자 수업을 받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10대 초반에 불과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2일 김주애에 대해 후계 내정 단계로 판단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텔레그래프는 북한 권력 가문이 과거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전례를 언급하며, 향후 권력 다툼이 격화될 경우 유혈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형 김정남도 해외에서 암살됐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대 초반임에도 후계 구도를 서두르는 배경으로 건강 이상설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과음과 흡연, 당뇨와 고혈압 등을 앓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으며, 부친 김정일 역시 유사한 건강 문제를 겪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