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발행한 2026 '국제친선전람관' 달력. /RFA

북한 당국이 해외 정상 등에게서 받은 선물을 선전하는 달력을 제작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련한 내용은 넣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발행한 올해 ‘국제친선전람관’ 달력에는 러시아, 베트남, 몽골, 루마니아, 이란, 이집트 등 각국의 선물이 실렸다.

국제친선전람관은 북한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선물과 기념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북한은 이 전시관의 전시품을 소개하는 달력을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위상이 높다는 식의 선전을 하는 데 활용해 왔다.

올해 달력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물이 2월, 8월 등 두 차례 등장해 이목을 끈다.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각 분야에서 끈끈해진 양국 관계가 당국이 제작한 달력에도 드러난 것이다.

이에 비해 시 주석의 선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1991년 당시 장쩌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양상쿤 주석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옥돌 공예품만이 중국 측 선물로 소개됐다.

이를 두고 RFA는 양국 관계의 현주소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김정은이 작년 9월 중국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는 등 최근 시 주석과 직접 만나기까지 했는데, 이번 달력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탈북민 출신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수석연구원도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은 2018년부터 정상회담을 5번이나 진행했으나, 선물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북한 선전물에서 부재는 곧 관계의 공백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올해 북한 달력은 현재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푸틴은 두 번, 시진핑은 제로”라고 했다.

한편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대하는 북한의 ‘온도 차’가 포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김정은이 각국 정상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보도하면서 시 주석을 다른 국가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인’이라며 이름 없이 직함만 언급했다. 이는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과는 축하 편지를 주고받고 그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매체의 보도 태도는 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하는 가장 민감한 척도”라며 “김정은의 대중(對中) 불만이 상당하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