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백두산 인근 삼지연 관광지구 호텔 준공식에 참석했다. 김주애는 지난 19일 함경남도 신포시 공장 준공식에 이어 이틀 연속 김정은과 동행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이 김주애를 대동하고 삼지연 관광지구 현장을 방문한 사진 84장을 실었다. 신문은 20~21일 이틀에 걸쳐 삼지연시에 현대적 호텔 5곳의 준공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20일에는 이깔호텔·밀영호텔이, 21일에는 소백수호텔·청봉호텔·봇나무호텔이 각각 문을 열었다. 김정은은 김주애와 함께 객실을 비롯한 호텔 내·외부 시설 여러 곳을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봤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주애는 김정은과 똑같은 자세로 호텔 리셉션에서 마치 투숙객처럼 촬영된 모습도 있고 부녀가 손깍지를 끼고 눈 내린 산책로를 걷는 투샷도 있었다. 호텔 입구에 서 있는 모습은 김주애가 김정은보다 훨씬 키가 큰 것처럼 보이는 사진인데 김주애를 사진 중심에 배치해 김주애의 존재를 부각했다.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는 최선희 외무상을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 5년간의 경제 성과를 결산하는 시점에 김주애를 등장시킴으로써 모든 치적이 김정은-김주애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영도 덕분이라는 서사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 지도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주택과 관광지 등 생활 밀착형 현장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노출시키는 전략”이라며 “세련된 옷차림으로 현대적인 호텔 시설을 둘러보는 모습은 김주애로 대표되는 미래 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 교수는 김주애의 최근 공개 동향을 볼 때 내년 초 개최를 앞둔 제9차 당 대회에서 공식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9차 당 대회를 계기로 김주애 호칭이 ‘자제분’에서 ‘동지’로 바뀌거나 당 대회 주석단에 등장하는 경우에는 공식 직책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삼지연 호텔 준공식에는 김정은 부인 리설주도 동행했으나 공개된 사진은 많지 않았다. 이날 준공식에는 조용원, 리일환, 박정천 등 노동당 비서들과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등 당정 핵심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최근 1년만에 공식 석상에 복귀한 리일환 노동당 선전비서가 42도 온탕의 수온을 체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리일환은 지난 1년 북한 공식매체에서 종적을 감췄다가 지난 10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과 주석단 맨 앞줄에 착석한 모습이 보도된 간부다. 리일환은 김정은 부녀 앞에서 온탕 수온을 체크했지만 김정은과 김정은 어깨에 손을 얹고 서 있는 김주애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김정은은 “모든 요소요소들이 자기 고유의 매력이 살아나게 실용성과 다양성, 조형화와 예술화가 높은 수준에서 구현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광명소들에 현대문명의 실체들을 대대적으로 일떠세우는 것 자체가 우리 인민의 높아가는 이상과 우리 국가의 발전 잠재력에 대한 뚜렷한 증명”이라며 “삼지연시를 나라의 관광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문명도시로 더욱 훌륭하게 개변”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에 개장한 호텔은 외관이 화려하고 고급 객실과 연회장, 사우나, 노천 온수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호텔 전경 사진 배경으로 스키장도 보이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 인프라 준비가 마무리됐음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백두산을 공유하는 중국 관광객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자 센터’라는 안내 표지판도 있는 점으로 미뤄 대규모 컨벤션 행사나 국제 학술 행사 개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교수는 “조만간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통해 대규모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번에 준공된 5개 호텔은 그들을 맞이할 핵심 숙박 시설로 가능하다”고 했다. 향후 백두산-삼지연-원산-금강산을 잇는 대규모 관광 벨트 가동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