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전날 만남과 관련해 “최근 몇 주간 두 나라 국가수반들이 친서 교환을 통해 합의한 중요 문제들 이행 사안과 관련한 협조 사항들과 전망 계획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했다. 북한의 3차 파병과 그에 대한 러시아 측의 대가 제공을 놓고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았음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쇼이구는 “북한이 러시아 내 지뢰 제거를 위해 1000명의 공병대와 인프라 복구를 위한 5000명의 군사 건설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다. 미국이 북한의 우방인 이란에 ‘핵 완전 포기’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밀착 극대화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김정은과 쇼이구의 만남에서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이 가지는 중대한 의미가 다시금 평가됐다”며 “양국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완전한 견해 일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북한은 특히 쇼이구의 방북이 러·북 ‘신조약’ 체결 1주년(6월 19일)을 맞이해 이뤄진 점을 부각했다. 쇼이구는 김정은에게 푸틴 대통령의 구두 친서를 전달했고 김정은은 깊은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쇼이구에게 러시아의 정책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며 앞으로도 양국 간 조약의 조항들을 성실히 이행해나가려는 북한의 확고부동한 선택과 의지를 굳게 표명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북한의 3차 파병은 전투병 위주였던 1·2차 파병 때와는 구성이 다소 다르다. 공병과 군 건설 인력으로 구성됐는데, 이는 이들의 임무가 1차적으로 ‘전후 재건’임을 의미한다. 전투공병은 전투 지역에서 보병과 함께 작전에 투입돼 훈련도 병행하는데 지뢰 제거 및 폭발물 처리, 장애물 제거 및 돌파, 전투 중 교량 설치 및 참호 구축, 적 시설 파괴 및 방어 진지 건설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이들도 언제든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두 차례에 걸쳐 병력을 파견한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지역은 아직 완전히 전투가 종료되지 않아 일부 교전 및 전투 재개 여지가 남아 있는 곳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재탈환 지역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러시아군의 추가 희생을 줄이기 위해 추가 북한군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의 경우 3차 파병으로 러시아로부터 받아낼 반대급부를 장기적으로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공병 추가 파병 결정은 러·북 군사 동맹 관계가 최고 수준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만큼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아내고 싶은 ‘쇼핑 리스트’를 다 소화하지 못했다는 얘기”라며 “도로·교량·지뢰 제거·전방 구축 등 쿠르스크가 고도의 전문 기술 병력으로 깔끔하게 복구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 러시아의 기대를 북한군이 맞춰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러·북 양국은 북한의 8·15(조국해방) 80주년과 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계기로 고위급 대표단 파견 등 역대급 밀월 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조만간 러·북 간 김정은의 방러 관련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최선희 외무상을 단장으로 한 대러 특사단 파견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이달 하순 개최가 예정된 당 전원회의에서 러·북 밀착 관계를 김정은 치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