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사원장이 1일 정부 각 기관에 서한을 보내 “중동 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업무 처리에 대해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감사원장이 공직자가 특정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징계 등으로 문책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 이후 처음이다.
김 원장은 이날 오후 전 공직자를 대상으로 보낸 서한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중동 전쟁 지속으로 국제 유가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에너지 수급 불안정과 민생 경제의 어려움 등 고도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 전시(戰時) 상황’이라고 할 만큼 국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때일수록 공직 사회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며 “당면한 불확실성 국면에서 국가 기능과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공직자 여러분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중동 전쟁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한 업무 처리에 대해서는 사적인 비리 등이 없는 한 개인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공직 사회가 다소의 잘못이나 실수가 있더라도 감사에 대한 부담 없이 맡은 업무 그 자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공직자 여러분도 선례가 없거나 규정이 미비해 적극적 행정 조치가 주저될 때에는 거리낌 없이 적극행정위원회를 활용하거나 사전 컨설팅을 신청해 주기 바란다”며 “감사원도 사전 컨설팅 패스트 트랙과 적극 행정 면책 제도를 통해 여러분을 돕겠다”고 했다. 적극행정위원회는 각 부처에 설치돼 있는 기구로, 공무원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지원하고, 적극 행정 과정에서 잘못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면책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은 공무원이 규정상 애매한 부분이 있어 특정한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울 때, 감사원이 해당 업무를 해도 되는지를 미리 빠르게 판단해 준다.
김 원장은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직 사회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며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 하며, 소극적 행태는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감사원도 최선을 다할 테니, 자체 감사 기구 책임자들도 소속 공직자들의 적극 행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다양하게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감사원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3월에도 최재형 당시 원장 명의로 정부 각 기관에 특별 서한을 보내 “최근의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업무 수행과 관련해, 개인적 비리가 없는 한, 업무를 수행한 공직자에 개인적 문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 유행이 끝난 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26개 기관을 대상으로 코로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해, 31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업무를 처리한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면책’을 약속한 특별 서한을 근거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