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4년 보급된 코로나19 백신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같은 제조 번호의 백신이 1420만4718회 접종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제조 번호가 같다는 것은 백신이 같은 환경에서 생산됐다는 의미다. 매뉴얼에 따르면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접종을 보류해야 하지만, 정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실태 진단 및 분석’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의료기관으로부터 ‘코로나 백신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1285건 접수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질병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제조 번호의 백신들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해야 하고, 식약처는 성분 분석 결과를 질병청에 알려야 한다. 질병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접종 중단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그래픽=양인성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질병청은 이물질 발생 사실을 백신 제조사에만 통보하고, 식약처에는 알리지 않았다. 질병청은 백신 제조사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별도 검증 없이 받아들여 사건을 종결했다.

감사원은 이물질이 신고된 1285건 가운데 127건은 백신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이 들어간 경우다. 127건과 같은 제조 환경에서 생산돼 접종된 백신은 총 4291만4250회분으로, 같은 기간 전체 접종량의 29.6%에 달한다. 감사원은 “이물질 백신과 같은 제조 번호를 가진 4291만4250회분 가운데 1420만4718회는 질병청에 이물질 신고가 들어온 이후에 접종이 이뤄졌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물질이 발견된 제조 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의 0.272~0.804%가 이상 반응을 겪었다고 했다. 다른 제조 번호 백신 접종자와 비교해 이상 반응률이 0.006~0.265%포인트 높았다고 한다. 다만 이상 반응률의 차이가 백신 때문이라는 인과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당시 질병청장은 정은경 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감사원은 질병청이 백신 이물질 신고를 매뉴얼대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은폐를 지시한 사람이 있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코로나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감염병으로, 당시 정보 처리와 (부처 간) 협업 체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물질이 발견된 백신은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고, 동일한 제조 번호 백신에서 문제가 발견된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2021~2023년에 2703명이 유효기간이 지나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나 보건소는 이런 사실을 본인에게 알리지 않았고, 2703명 가운데 1504명(55.6%)은 재접종을 받지 않았다.

감사원은 코로나 당시 정부 부처 간 매뉴얼, 법령이 충돌했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며 복지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청으로 승격시킨 이후에도 혼선이 나타났다고 했다.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청으로 승격하면서 복지부는 해외 백신 도입 업무가 질병청 소관이라고 생각해 업무를 중단했고, 반면 질병청은 복지부 소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결과 백신 도입이 1개월 이상 실제로 늦어졌다.

감사원은 복지부와 질병청, 식약처, 행정안전부에 31가지 사항을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코로나 대응으로 바빴던 때였던 점을 감안해, 당시 담당 공무원들을 문책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