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가 민간에 부정 청탁을 하는 것을 금지·처벌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안이 13일 입법 예고됐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민간이 공직자에게 업무와 관련해 청탁하는 것만 금지·처벌한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차남 취업 청탁 의혹 등 공직자가 민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자 정부가 청탁금지법 강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번에 입법 예고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은 공직자 등이 민간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민간인이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는 공무원과 국회의원, 공공기관 임직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이 포함된다.
개정안이 금지한 민간에 대한 청탁 유형은 민간인의 계약이나 업체 선정, 포상자 선정, 장학생 선발, 평가·판정 업무 등이다. 민간의 감사·조사 결과를 조작하도록 하는 것도 처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직자가 민간 기업에 친지 채용을 청탁하거나, 자녀 장학금 지급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업무 방해 등의 혐의 외에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직자들의 자녀 채용 청탁이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는데, 정부 입법을 통해 이를 근절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부정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가 받는 형벌, 배우자가 부정하게 금품을 수수했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가 받는 형벌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권익위는 이와 함께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고위 공직자가 민간 부문에서 어떤 업무나 활동을 했는지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또 고위 공직자가 임용될 때는 임용 30일 안에 본인이나 가족이 대표인 업체에 대한 정보를 소속 기관에 제출하도록 해, 각 기관이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 소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권익위는 지난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청탁금지법을 어겼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이를 조사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면서 청탁금지법 보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처벌 조항이 추가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