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지난해 11월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구성한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 조사 결과를 12일 내놨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TF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 실장은 “12·3 불법 계엄은 정부의 기능 전체를 입체적으로 동원하려는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던, ‘위로부터의 내란’이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윤 실장은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판단과 지시가, 무력을 보유한 군과 경찰뿐 아니라 여러 기관으로 전달돼, 헌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실재했다”며 “불법 계엄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 지시가 일제히 내려졌고, 국회의 계엄 해제 권고가 의결된 (2024년) 12월 4일 새벽 1시 이후에도 불법 계엄 유지를 위한 시도가 있었으며, 해제 후에도 계엄 정당화를 위한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 기획된 계엄 실행 계획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윤 실장은 “다만,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소집된 간부 회의의 시간과 내용 등으로 미루어, 군과 경찰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은 사전에 불법 계엄을 인지하지 못했고, 경찰도 기획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윤 실장은 또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관점에서 행정부는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불법 계엄의 진행 과정에서 각 중앙행정기관으로 전달된 위헌·위법한 지시를 구조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는 “일부 공직자들의 불법 계엄에 대한 저항 혹은 과잉 협조도 있었지만, 의사 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에게서 나타난 행동은 ‘위헌·위법적인 지시의 우선 이행’ 또는 ‘관망’이었다”고 했다.
12·3 계엄 직후 각 기관의 움직임과 관련해 윤 실장은 “법무부의 출입국 업무 부서 공무원들은 장관 지시에 따라 계엄 선포 직후인 23시경 출근해 대기했고, 교정행정 담당 부서에는 구금 시설의 여유 능력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했다. 또 “국무총리실 등의 비상 계획 업무 담당자들은 자기 권한을 넘어 모든 행정기관의 청사 출입을 차단하도록 조치했고,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주요국에 발송하도록 외교부에 강압적으로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언론사에 대해 단전·단수하라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가 전달되면서, 소방공무원들이 언론사를 탄압하기 위해 단전·단수 작업에 동원될 뻔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어느 기관에도 불법 계엄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검토하고 걸러내는 체계는 없었고, 고위 공직자들은 불법 계엄의 전체 의도와 목적을 이해하고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별 지시를 이행함으로써 결국 내란을 완성하는 데 기여할 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전복될 위험은 명확히 존재했고, 조직적인 실행 단계에 있었으며, 그 위험의 실현을 막아낸 것은 국민 여러분이었다”고 했다.
TF에 따르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무원 89명에 대해 징계 요구가 이뤄졌다. 군 소속 48명, 경찰 22명, 총리실 2명, 외교부 3명, 법무부 2명, 행안부 4명, 문체부 3명, 소방청 2명, 해양경찰청 2명, 중소벤처기업부 1명 등이다. 82명은 주의·경고를 받았다. 군 75명, 경찰 6명, 문체부 1명이다. 110명은 행위가 형사처벌에 이를 정도라고 판단되거나 TF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 기관에 수사가 의뢰됐다. 군 소속이 108명, 외교부가 2명이다.
윤 실장은 “이번 발표를 끝으로 정부는 수사가 진행되는 사건들 외에는 감사·감찰 차원의 내란 관련 점검을 원칙적으로 종결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헌정 질서가 위협받는 그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위헌·위법적 판단과 지시가 국가 운영 과정에서 그대로 이행되거나 방조되지 않도록, 제도와 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는 지난해 11월 김민석 국무총리의 주창으로 구성됐다. 당시 김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하다”며 “TF를 정부 내에 구성해 신속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국가정보원 등 대통령 직속 기관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 49곳에 TF가 구성됐고, TF는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통해 공무원들로부터 동료 공무원의 ‘내란 참여·협조 행위’에 대한 제보·투서를 받았다.
TF에는 정부 인사 536명 외에도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에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김정민 법무법인 열린사람들 대표변호사, 윤태범 방통대 행정학과 교수, 최종문 전 전북경찰청장 등 친여 성향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발표 전문
안녕하십니까? 국무조정실장 윤창렬입니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가 그간 진행해 온 조사 결과를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리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보고에 앞서 이번 TF의 목적과 성격을 다시 한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번 TF는 수사나 재판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며 12·3 불법 계엄에 대해 정치적 평가를 내리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12·3 불법 계엄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 행정부가 헌법을 기준으로 제대로 작동했는가? 즉, 헌법을 지켜야 할 책임을 다했는가? 단 한 가지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드리겠습니다.
먼저, 활동 경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는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서 작년 11월 24일 49개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되어 12월 12일까지 기관별 제보 센터를 운영하고 12월 30일 기관별 조사 과제를 확정하여 금년 1월 16일 조사 활동을 종료하였습니다.
실제 조사를 실시한 기관은 총 20개입니다. 49개 기관 중 조사 과제가 없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28개 기관은 작년 말에 먼저 활동을 종료하였으며 1개 기관은 활동 중 조사 대상자의 면직으로 활동을 중단하였습니다.
먼저, 12개 중점 기관은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입니다. 다음 8개 일반 기관은 교육부, 통일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법제처, 국세청, 방위사업청입니다.
각 기관에 설치된 TF는 제보, 국회와 언론의 지적 사항, 자체 발굴 등을 거쳐 조사 과제를 선정하여 계엄 선포 전후의 보고 체계, 판단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였으며 기관별 TF의 조사 활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총괄 TF가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자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조사 과제의 적정성 등의 점검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두 가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첫째, 12·3 불법 계엄은 정부의 기능 전체를 입체적으로 동원하려는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던 위로부터의 내란이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판단과 지시가 무력을 보유한 군과 경찰뿐만 아니라 관련 기능을 보유한 여러 기관으로 전달되어 헌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실재했습니다.
불법 계엄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 해당 기관 고유 기능과 관련된 지시가 일제히 내려졌고, 국회의 계엄 해제 권고가 의결된 12월 4일 새벽 1시 이후에도 불법 계엄 유지를 위한 시도가 있었으며, 해제 후에도 계엄 정당화를 위한 행위가 다수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 기획된 계엄 실행 계획이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다만, 불법 계엄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소집된 간부 회의의 시간과 내용 등으로 미루어 군과 경찰을 제외한 나머지 47개 중앙행정기관은 사전에 불법 계엄을 인지하지 못했고 경찰도 기획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둘째,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관점에서 행정부는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불법 계엄의 진행 과정에서 각 중앙행정기관으로 전달된 위헌·위법적 지시를 구조적으로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일부 공직자들의 불법 계엄에 대한 저항 혹은 과잉 협조도 있었지만 의사 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에게서 나타난 행동은 위헌·위법적인 지시의 우선 이행 또는 관망이었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주요 조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불법 계엄 선포 직후 군과 경찰을 중심으로 이중 통제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실제 투입된 군이 1600여 명, 경찰은 2000여 명으로 총 3600여 명이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차단·통제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협조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수사, 출입국 통제, 구금, 시설 관리, 방송 홍보, 외교 등 각 중앙행정기관이 보유한 기능이 내란의 성공을 위해 실제 작동했거나 지시 이행을 준비하였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법무부의 출입국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공무원들은 장관 지시에 따라 계엄 선포 직후인 24시경 출근하여 대기하였습니다. 교정 행정 담당 부서에서는 구금 시설의 여유 능력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해양경찰청에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공무원이 계엄사령부로의 인력 지원, 총기 불출, 유치장 개방 등 자발적 과잉 협조를 주장한 일도 있었습니다.
총리실 등의 비상 계획 업무 담당자들은 자기 권한을 넘어 모든 행정기관의 청사 출입을 차단하도록 조치하기도 하였습니다. 국가안보실은 계엄 직후 수차례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주요 국가에 발송하도록 외교부에 강압적 지시를 내렸습니다.
주요 언론사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행안부 장관의 지시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전달되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소방공무원들이 도리어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단전·단수 작업에 동원될 뻔한 일도 있었습니다.
반면, 불법 계엄에 대한 일부 저항 사례도 확인되었습니다.
한 경찰공무원은 불법 계엄 선포 직후인 12시 58분경 경찰청장에게 발표된 계엄 포고령에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게시하였고 서울경찰청에서는 위헌적 국회 차단 조치의 해제를 건의하여 이를 받아들인 경찰청 지도부에 의해 23시경부터 30여 분간 국회 차단이 일시적으로 해제된 일도 있었습니다.
국가안보실의 강압적 지시를 받은 외교부 공무원들은 해당 지시를 제한적으로 이행하거나 지연하거나 거부한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중앙행정기관에서도 소수의 저항자를 제외하면 불법 계엄의 위헌성과 불법성에 대해 검토하고 걸러내는 체계는 없었고 의사 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은 하달된 지시를 우선 이행하거나 소극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불법 계엄의 전체 의도와 목적을 이해하고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파편적으로 내려진 개별 지시를 이행함으로써 결국 내란을 완성시키는 데 기여할 뻔한 것이었습니다.
헌법이 전복될 위험은 명확히 존재했고 조직적인 실행 단계에 있었으며, 그 위험의 신호를 막아낸 것은 국민 여러분이었습니다. 국민들께서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소중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즉각 행동에 나섰고, 이에 부응한 국회가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 덕분에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행정부가 역사에 내란의 조력자로 기록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향후 조치 방향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는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징계 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 의뢰 110건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 조치는 각 기관장들의 인사권과 징계권 등 지휘·감독 권한에 근거하여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이번 발표를 끝으로 정부는 수사 의뢰가 진행되는 사건들 외에는 감사·감찰 차원의 내란 관련 일제 점검을 원칙적으로 종결합니다.
다만, 군의 경우 워낙 조사 대상 범위가 광범위하여 TF 활동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지난주부터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근거하여 외환 사건까지 수사가 가능한 내란 전담 수사본부를 새롭게 설치하였으며, 이를 통해 수사 중심의 종합적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번 조사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단순히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헌정 질서가 위협받는 그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위헌·위법적 판단과 지시가 국가 운영 과정에서 그대로 이행되거나 방조되지 않도록 제도와 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다시는 국민 여러분께서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나서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먼저 헌법에 따라 판단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책임 있는 행정 시스템을 확립하겠습니다.
공직자가 따라야 할 최종 기준은 상급자의 지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이라는 점을 공직 사회 전반에 분명히 정착시키겠습니다. 이를 위해 법령과 제도, 교육과 훈련 등 모든 행정 체계를 확실하게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12·3 불법 계엄을 멈춰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