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 계엄의 여파로, 국제 기관들이 평가한 한국의 국가청렴도(CPI·부패인식지수)가 하락했다.
국가청렴도는 각국의 공공·정치 부문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하다는 뜻이다. 최저 0점, 최고 100점이다. 점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 독일 베텔스만재단(BF), 영국 IHS마킷, 이코노믹인텔리전스유닛(EIU), 미국 정치위기관리그룹(PRS), 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JP) 등이 각각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매긴다.
한국은 2012년 지표 체계가 개편된 뒤 2016년 53점·52위로 역대 최저 점수와 순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급속히 개선돼 2022년 63점·31위, 2023년 63점·32위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64점·30위로 역대 최고 점수·순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1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2025년 조사 결과에서 한국의 점수는 63점으로 1점 떨어졌고, 순위도 31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
이는 2024년 12·3 비상계엄과 그 여파에 따른 것이다. 12·3 계엄은 2024년 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조사에 반영돼 한국의 점수와 순위를 끌어내렸다. 권익위는 “국제 평가 기관들은 2024년 말 국내 정치 상황의 변동성이 평가에 반영됐다고 밝혔고, 작년 상반기 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인 대상 설문 지표의 하락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IU는 국가청렴도에 반영되는 국가위험평가 지수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 “2024년 12월 계엄령 선포 시도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관련 헌법적 권한에 관한 명확성 부족, 정당 간의 뿌리 깊은 반목, 정치적 타협과 협력의 협소한 기반 등 한국 정치 체제의 제도적·우발적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했다.
국가청렴도에 반영되는 IMD의 국가경쟁력지수 조사에서도 한국의 점수는 2024년 61점에서 지난해 49점으로 12점 하락했다.
국가청렴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로 89점이었고, 핀란드가 88점으로 그다음이었다. 싱가포르(84점), 뉴질랜드·노르웨이(각 81점), 스웨덴·스위스(각 80점)가 그 뒤를 이었다. 독일(77점)이 10위, 일본(71점)이 18위, 영국(70점)이 20위, 대만(68점)이 24위, 프랑스(66점)가 27위, 미국(64점)이 29위였다.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청렴도가 높은 나라 또는 지역은 싱가포르(84점·3위), 홍콩(76점·12위), 일본·부탄(각 71점·18위), 아랍에미리트(69점·21위), 대만(68점·24위)이었다. 브루나이는 63점·31위로 한국과 같았다. 중국은 43점으로 76위였다.
정부에서 국가청렴도 조사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은 권익위는 “국가청렴도 순위의 조속한 회복과 20위권 진입을 위해, 법과 원칙에 기반을 둔 반부패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대책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무원 행동강령 등 반부패 법률을 강화해 부정부패 엄정 대응에 나서고, 특히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가족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는 등 법적 공백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또 “사회 전반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공공부문 채용 공정성을 강화하고, 부패 빈발 분야 및 민생·규제 분야 법령 등에서 부패 유발 요인을 적극 발굴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삼석 권익위원장 직무대리는 “정치·경제적 여건 등으로 국가청렴도가 소폭 하락했으나, 이를 반부패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