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 사태에 관해 ‘따졌다’고 발언하자, 국무총리실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연설에서 “지난 1월 27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비준 지연을 이유로 댔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미국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관세 인상 발표 직후,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입장을 공식 계정에 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에게 쿠팡 사태부터 따졌다”며 “쿠팡 사태가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통상 마찰의 뇌관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총리실은 장 대표 연설이 끝난 직후 보도 자료를 배포해 “‘밴스 부통령이 쿠팡 사태부터 따졌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총리실은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국의 법적 시스템을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정중한 어조로 쿠팡 문제에 대해 문의했고, 김 총리의 설명을 듣고 상황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했다.

총리실은 “쿠팡 문제를 한·미 통상 협상의 뇌관으로 표현하는 것도, 사실과 다른 오도의 위험이 크다”며 “해당 언급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외교적으로도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다.

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내용에 대해 총리실이 즉각 반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장 대표의 연설을 모니터링하다가 장 대표의 주장이 사실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김 총리에게 반박 자료 배포를 건의해 허락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회담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국무총리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김 총리는 2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밴스 부통령과 회담했다. 김 총리는 이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쿠팡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이 “미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이라는 (미국과) 다른 시스템에서 처하는 다른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쿠팡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국민 상당수의 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쿠팡이) 그에 대한 보고를 5개월 이상 지연한 문제가 있었고, 최근에는 대통령과 총리를 향해서 근거 없는 비난까지 했다”고 답했다고 했다.

김 총리가 말한 ‘근거 없는 비난’이란, 쿠팡 일부 투자사가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에 대한 조사를 청원하면서, 김 총리가 쿠팡에 대해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각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 등을 가리킨다. 김 총리는 이 발언 때 자기가 쿠팡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문건을 준비해 가서 밴스 부통령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김 총리는 “결론적으로,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료하게 이야기했고, 그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아마 한국의 시스템하에서 (쿠팡에) 뭔가 법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며 이해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밴스 부통령이 “그럼에도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과열되지 않게 상호 잘 관리해 나가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또 자신이 밴스 부통령에게 “이후의 쿠팡 진행 상황에 대해서 팩트를 있는 그대로, 최대한, 가장 신속하게 공유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총리가 귀국하고 하루 만인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밴스 부통령이 김 총리와의 회담에서 쿠팡 문제를 꺼낸 것이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7일 “밴스 부통령이 쿠팡 같은 미국 기반 기업에 대한 제재와 규제를 추진하지 말라고 김 총리에게 경고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