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통령경호처가 용산 대통령 관저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용할 골프 연습 시설을 설치하면서 이를 은폐하고, 관련 행정 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 관저 이전(국회 요구 감사) 관련’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앞서 2022년 12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년 8개월간 윤 정부의 대통령실·관저 용산 이전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벌여, 윤 정부가 이전 과정에서 국가 계약 및 공사 관련 법령을 다수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봐주기 감사’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 의결로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요구했고, 이번에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은 김종철 당시 차장 등 경호처 직원 10여 명을 용산 대통령 관저로 불러, ‘여기에 우리가 대통령이 이용하시는 골프 연습 시설을 지으려 한다’며 시설 조성을 지시했다. 외부에서 골프 연습 시설이 보이지 않도록 시설을 가리는 나무도 심게 했다.
대통령 시설을 관리하는 주체는 대통령비서실이었으므로, 골프 연습 시설 조성도 비서실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경호처는 비서실까지 속여 가면서 비밀리에 골프 연습 시설 조성을 추진했다. 공사명은 ‘초소 조성 공사’로 했고, 공사 내용은 근무자 대기 시설 조성인 것처럼 거짓으로 쓴 문서를 내부 결재에 사용했다. 감사원은 이것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증거 서류를 지난해 김건희 특검에 넘겼다고 밝혔다.
골프 연습 시설 공사는 문서상으로는 현대건설이 맡았다. 현대건설은 앞서 골프 연습 시설 조성 공사가 포함된 3건의 공사와 관련해, 하도급을 할 다른 건축 업체들로부터 2억5900만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견적서를 받았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경호처에 1억6100만원이면 된다는 견적서를 줬고, 최종적으로 2022년 7월 1억4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공사는 현대건설과 1억2700만원에 하도급 계약을 맺은 다른 업체가 맡았다. 이 업체는 현대건설의 요구에 따라 다른 3개 업체와 재하도급 계약을 했고, 이 3개 업체에 공사 대금으로 3억1700만원을 줬다. 1억9000만원 손해를 본 것이다. 감사원은 현대건설이 하도급법을 어겼다고 봤다.
경호처와 현대건설이 골프 연습 시설 공사 계약을 한 것은 2022년 7월이었지만, 실제 공사는 그보다 앞선 2022년 5월 시작됐다. 현대건설이 ‘계약 체결 없이 공사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며 경호처에 공사 시작 전 계약 체결을 요청했지만 경호처가 듣지 않았다. 경호처는 공사 중과 공사 종료 뒤에도 건축 관련 사무를 관할하는 서울 용산구청에 건축 신고 협의나 착공 신고를 하지 않았고,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에도 필요한 사용 승인을 받지 않는 등 공사 관련 법령을 여럿 어겼다.
골프 연습 시설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24년 11월 국회 국정감사 때였다. 감사원은 비서실도 이때서야 관저에 골프 연습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봤다. 비서실은 곧바로 경호처에 골프 연습 시설을 법령대로 필요한 신고를 하고 국유 재산으로 등록하는 등 ‘양성화’하라고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인 지난해 4월에도 양성화 조치를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경호처는 이런 요구를 모두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비록 비서실은 경호처가 관저에 골프 연습 시설을 몰래 조성하는 것을 몰랐지만, 비서실에도 비서실 소관 국유 재산인 대통령 관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관저에 국유 재산 무엇무엇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를 국유재산법에 따라 매년 실태 조사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서실은 관저 이전 공사 전반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었는데도 계약서 검토, 공사 감독, 준공 검사 등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행안부에도 공사 감독 관련 책임이 있었으나, 행안부는 비서실이 감독 업무를 할 것이라고 이해하고는 현장 확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당시 경호처장·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간부들과 비서실의 담당 비서관을 징계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김용현 처장, 김종철 차장, 비서실 비서관 등은 이미 퇴직해 징계가 불가능해, 감사원은 이들의 비위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두라고 했다. 경호처와 행안부는 각각 주의를 받았다. 현대건설은 공정위를 통해 시정 조치나 벌점, 과징금을 받게 됐다.
감사원은 다만 국회가 제기한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관저 공사를 공개 경쟁 입찰하지 않고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한 것은, 관저가 최고 등급의 국가 보안 시설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봤다. 관저에 정자(亭子)를 시공하는 공사에서도 행정 절차 위반은 있었지만, 업체 선정 과정에 특혜는 없었다고 봤다. 관저에 드레스룸이나 반려 고양이 전용 방, 욕실을 설치한 것이나 관저 공사 예산을 중간에 증액한 것 등도 법령에 어긋나는 점은 없었다고 봤다.
감사원은 관저 공사 업체로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업체 ‘21그램’이 부당하게 선정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새롭게 밝혀낸 사실이 없다고 했다. 업체 선정에 관여했던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은 21그램을 추천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했고, 그 밖의 새로운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