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공기업 등 공공기관 330여 곳에서 정규직 2만8000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던 202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다. 정부가 나랏돈을 풀어 청년 일자리를 만들지만 민간 활력을 다시 살리지 못하면 청년 고용 한파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의 올해 정규직 채용 계획 2만8000명 중 한국철도공사가 1800명을 뽑아 가장 많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1138명), 서울대학교병원(1076명), 한국전력공사(1042명) 등의 순이다.

이에 더해 올해 공공기관에서 청년 인턴도 2만4000명 뽑기로 했다. 정부의 투자나 출자, 재정 지원 등을 받는 공공기관들이 올해만 5만2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날 “청년 일자리는 단순히 고용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성장 엔진이자 희망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정규직 채용만 보면, 3만2명을 뽑았던 202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다. 이후 4년 연속 감소해 2024년 2만194명까지 줄었다. 지난해 1~9월에는 1만8925명을 채용하며 전년과 비슷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청년 채용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한파가 길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공공 부문 채용을 늘려 급한 불을 끄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노동시장 개혁, 규제 철폐 등을 추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저출생·고령화로 재정 투입이 급증할 것을 감안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공 일자리 확대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생·고령화 시대 공공 일자리 확대는 정부 재정에 큰 부담"

이재명 정부는 공공기관 인력뿐 아니라 공무원 수도 크게 늘리려 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 추가 직제 개편 등을 통한 국가 공무원 증원 규모는 2550명에 달한다. 국가 공무원 수는 문재인 정부(2017~2022년) 때 63만1380명에서 75만6301명으로 20% 급증했으나 긴축 재정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75만998명(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에 다시 시동이 걸리면서 조만간 8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6조5000억원인 공무원 인건비 총액도 내년이면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 속 공공 부문에 자리 잡는 청년도 최근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34세 청년의 첫 일자리가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부문에 속한 비율은 최근 3년 연속 늘고 있다. 2022년 4.14%에서 지난해 4.68%로 3년 새 0.54%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만 해도 이 비율이 2.84%였는데 8년 만에 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이 부문이 첫 일자리인 청년 수는 20만5800명에서 32만5600명으로 1.6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전반적인 청년 고용은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46.9%)부터 지난달(44.3%)까지 1년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 취업자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23년 9만8000명 줄더니 2024년과 지난해에는 감소 폭이 각각 14만4000명, 17만8000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청년 취업자 감소 폭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61만6000명)과 코로나 때인 2020년(-18만3000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크다. 청년 인구 감소세를 감안해야 하지만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지원 등으로 만들어낸 공공 부문 청년 일자리만 늘어날 뿐 민간 일자리는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