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신임 감사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시절 완화했던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수집) 착수 절차를 다시 강화하고, 앞으로 포렌식으로 확보한 증거 자료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14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권 친화적 감사를 위한 감사 절차 개선’ 방안을 최근 시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운영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정치 감사’ ‘표적 감사’를 해왔다는 결론을 냈다. 또 당시 대다수 감사를 지휘한 유 전 총장이 ‘강압적 리더십’을 발휘해 감사원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무력화했고, 디지털 포렌식 남용과 무차별적·강압적 감사가 벌어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앞으로는 감사팀이 사무차장 등 1급 공무원의 결재를 받아야만 디지털 포렌식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포렌식 대상자가 10명 이상이거나, 감사 대상 기관 외의 사람에 대해 포렌식을 할 때는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포렌식은 그 대상이 된 디지털 기기를 가진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실시하고, 데이터를 통째로 복제하지 않으며 필요한 데이터만 선별해 추출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감사 과정에서 포착한 범죄 혐의를 수사기관에 고발이나 수사 요청, 수사 참고 자료 송부 등의 형식으로 보낼 때 포렌식으로 얻은 자료는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자료 제출 요구권을 갖고 있어 법원의 영장 없이도 포렌식을 통해 증거를 수집해 왔는데, 이렇게 얻은 증거를 수사기관에 보내면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우리가 포렌식으로 얻은 자료는 법원의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감사 대상 공직자에 대한 ‘조사 개시 통보’도 줄이겠다고 했다. 비위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돼 감사원의 조사 대상이 된 공직자에게는 조사 개시 통보가 가는데, 이 통보를 받은 공직자는 ‘조사 종료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포상 등에서 제외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감사원은 앞으로 분기에 한 번씩, 현재 조사 중인 공직자 각각에 대해 ‘조사 개시 통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검토해, 혐의가 없어 더 이상 이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조사 종료 통보를 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감사관들이 피감 기관에 가서 감사를 하는 ‘실지 감사’ 기간이 끝난 뒤에도 추가 조사를 명목으로 사실상 실지 감사를 반복해온 관행도 없애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공식 실지 감사가 종료된 뒤에는 출장 감사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결재를 받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감사 운영 등에 대한 대내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지난해부터 여러 개선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며 “인권 친화적 감사를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감사 절차 관련 규정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