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0일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하기 위해 온 독일 대표단이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그린아일랜드를 찾아 입장 행사를 하고 있다. /순천시

전남 순천시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그린아일랜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어겼다고 감사원이 7일 지적했다. 감사원은 순천시에 그린아일랜드를 없애고 이전에 있던 도로를 원상 복구하거나, 도로를 정식으로 없애고 해당 구역을 녹지로 전환해 그린아일랜드를 지속시키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이 7일 공개한 ‘순천시 강변로 녹지 조성 사업과 기후 대응 도시 숲 조성 사업 관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순천시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둔 2022년 10월부터 순천동천변에 있는 도로 약 1㎞ 구간을 그린아일랜드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 자동차 통행을 막고, 왕복 4차로 차도와 양옆 인도에 흙을 덮고 잔디를 심었다. 공사에는 29억원이 들었다.

자동차가 시간당 최대 1534대 통행하던 도로를 없애는 것을 두고 민원이 제기되자, 순천시는 ‘그린아일랜드는 임시 시설이고 박람회가 끝나면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복구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시의회에 출석해 ‘그린아일랜드는 차량이 원활히 통행할 수 있도록 복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2023년 11월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순천시는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유로 도로를 원상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감사원은 현장 조사를 나간 지난해 7월까지 1년 8개월 이상 차량이 이 도로를 지나갈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그린아일랜드 같은 공원·녹지를 설치하려면 국토계획법에 따라 시장이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먼저 들은 뒤 이어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순천시는 그린아일랜드 조성이 도로법 시행령상 ‘수목 식재 목적의 도로 점용’이라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하고 그린아일랜드를 만들었​다. 감사원은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은 도로 구조의 안전과 교통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한 수목 등인데, 그린아일랜드는 해당 구간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녹지로 조성해 차량이 통행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교통에 지장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도로 점용 허가(만으로 할 수 있는)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순천시는 2022년 그린아일랜드 조성을 밀어붙이면서 지방계약법도 어겼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민간 기업에 그린아일랜드 설계 용역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순천시는 ‘박람회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인근 우회도로를 설계하고 있는 기업에 그린아일랜드 설계까지 맡겼다. 그린아일랜드 설계는 우회도로 설계와는 별개의 사업이므로 별도로 공개 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 기존 우회도로 공사 수주 기업에 일을 맡긴 것이다. 그러고는 민간 기업이 요구하는 추가 용역비 2539만원을 그대로 줬다.

한편 그린아일랜드 조성 사업은 총사업비가 20억원이 넘어, 순천시 투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자 순천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적은 의뢰서를 내고 심사를 받았고, ‘투자가 적정하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전남도에도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적은 문서를 제출해. 이를 바탕으로 국비 지원을 받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문제점이 발견된 그린아일랜드에 대해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녹지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 결정하거나, 현행 도시 관리 계획에 맞게 도로로 원상 복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순천시에 통보했다. 투자 심사 의뢰서와 특별교부세(정부 지원금) 신청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낸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줬다.

순천시는 그린아일랜드 유지를 위해 도시관리계획을 현상에 맞게 변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