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31일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물러났다.
유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위원장으로서 보낸 지난 2년은 아주 뜻깊고, 보람이 가득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현장에 직원들과 같이 나가 집단 민원을 해결하고 취약 계층을 지원한 일, 청렴 교육을 위해 노력한 일 등 제 능력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특히 집단 민원 해결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사회 공동 협약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한센인, 쪽방촌 주민, 자립 준비 청년에게 맞춤형 지원을 한 것도 아주 뜻깊었다”고도 했다.
유 위원장은 “2025년 2월에는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하는) 우리나라 국가 청렴도가 역대 최고 점수와 순위를 기록했다”고 소개하면서 “미래 세대 청렴 교육 강화에 힘써온 만큼, 국가 청렴도가 더욱 상승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또 “행정심판법 시행 40주년을 맞아 행정심판 제도를 개선하고, 연간 약 1300만건의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관계 기관에 공유하고,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제도도 다수 개선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어서 “국민주권정부에서 권익위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저는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떠나지만, 권익위 가족 여러분은 현장을 중심으로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청렴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유 위원장은 불경에서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드릴 말씀은 있지만, 끝으로 가수 현미의 노래 중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가사를 되새기며 인사를 마치겠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윤 전 대통령에 의해 3년 임기의 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 당시 야권은 유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서울법대 동기라며, 유 위원장 임명이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에도 유 위원장은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지난 9월에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권익위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청와대가 유 위원장에게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후 유 위원장이 중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유 위원장이 노래 ‘떠날 때는 말없이’를 언급한 것은 사퇴 과정에 대해 말을 아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노래에는 ‘두고두고 못다 한 말 가슴에 삭이면서 떠날 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오리다’ 등의 가사가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