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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은폐·왜곡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 주요 인사들이 2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에 이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던 감사원은 “판결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요약한 보도 자료는 지난달 26일 감사원 ‘운영 쇄신 TF(태스크포스)’가 ‘보도 자료 배포로 군사 기밀이 누설됐다’고 발표한 직후 홈페이지에서 삭제됐고, 일반 국민은 서해 사건 감사 결과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고(故)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1일 새벽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바다에서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고,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바다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다. 북한군은 오후 9시 40분쯤 이씨를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문재인 정부는 이씨가 표류 상태로 북한 선박에 발견된 것을 알았으면서도 송환을 요구하지 않다가, 이씨가 총살된 이틀 뒤인 9월 24일 사건을 공개하면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재검토됐고, 윤석열 정부는 2022년 6월 16일 ‘자진 월북임을 입증할 수 없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섣부르게 자진 월북으로 추정해 발표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감사원이 다음 날 감사에 착수해 2022년 10월 13일 중간 결과, 2023년 12월 7일 최종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서 “당시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 기관이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살아 있었을 당시에는 상황을 보고·전파하지 않았고, 대북 전통문을 보내지 않는 등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이씨 신변을 보호하고 구호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관계 기관들이 이씨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 자료를 삭제했고, 생존 상태인 것처럼 관련 자료를 작성·배포하고 최초 실종 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다”고 했다. “이씨가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이후에는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내기 위해 군 첩보에도 없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하고, 미확인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 내용 등을 근거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이런 사건 은폐·왜곡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20명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번 1심 판결은 검찰이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인사들 가운데 4명을 기소한 끝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관한 자료는 지금은 일반 국민이나 언론이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에 구성된 ‘운영 쇄신 TF’가 지난달 26일 서해 감사 중간 결과 발표와 최종 결과 발표는 ‘군사 기밀 누설’이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중간 결과와 최종 결과에 대한 보도 자료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담은 감사 보고서는 통상적으로 감사원 홈페이지에 전문이 공개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만 비공개 처리된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서해 사건 감사 보고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체를 비공개했다. 그래서 서해 사건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서훈 전 안보실장 등을 수사 요청하면서 내놨던 중간 결과 보도 자료와 감사 보고서를 요약한 최종 결과 보도 자료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삭제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존 보도 자료에서 군사 비밀이 노출된 부분을 없애고 자료를 다시 공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료를 다시 공개할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다만 문재인 정부가 서해 사건에서 초동 대처를 부실하게 하고 관련 사실을 은폐했으며, 수사 결과를 왜곡해 이씨를 월북자로 부당하게 몰았다고 판단한 감사 보고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전날 “운영 쇄신 TF는 서해 사건에 대한 감사위원회의의 (감사 보고서 확정) 결정을 부정하거나 뒤집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