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지방의회 의원들을 상대한 공직자, 전문가, 주민의 20% 이상이 지방의회 의원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체 공직자의 약 2%만이 자기 기관에서 비리가 벌어지는 것을 봤다고 답한 것의 10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와 이 기관들의 업무를 경험한 국민 20만7594명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권익위는 이들에게 ‘202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업무를 하면서 부패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느냐’고 물었다.
지방의회 의원을 상대했던 공직자·전문가·주민의 20.90%는 의원이 권한을 넘어서는 부당한 업무 처리를 요구하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11.43%는 의원이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공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11.12%는 공공 계약 업체 선정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의원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정보를 요청하는 것을 봤다는 응답자도 7.09% 있었다.
지방의회 의원이 인사(人事)와 관련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거나, 약속하는 것을 봤다는 응답자도 1.43% 있었다. 의정 활동과 관련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거나, 약속하는 것을 봤다는 응답자도 1.27%였다. 이들은 의원들이 이런 부패 행위를 한 번에 평균적으로 20만원가량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방의회의 이런 부정부패는 최근 매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광역의회 17곳과 기초의회 75곳에 대해 표본 조사한 결과에서는 부정부패를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15.51%였다. 지난해 광역·기초의회 전체에 대한 첫 전수 조사에서는 부정부패 경험자가 19.38%였다. 올해는 20.90% 이상으로, 1년 새 1.5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지방의회의 부정부패는 유독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48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자치단체, 218개 기초자치단체, 17개 교육청, 150개 공직유관단체 등 4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민원인의 0.49%만이 부정부패를 목격했다고 답했고, 해당 기관 공직자 가운데에서도 2.09%만이 부정부패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이명순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은 “지방의회는 의정 활동 영역에서의 부패 경험률이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서 모두 높게 나타나, 지방의회 의원의 청렴 의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